올해도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했다. 이른바 신기술에 의해 삶과 일터의 모습이 바뀌기 시작한 한 해였다. 새해에는 유통, 식품·외식, 패션 등 소비자 경제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2020년은 오랫동안 '미래 기술'로 간주해온 AI가 일상생활과 산업현장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아갈 것이란 분석이 많다.(사진제공=연합뉴스)

유통·식품·패션업계, 생산부터 유통까지 AI 서비스 전면화

AI는 IT(정보기술) 분야는 물론이고, 금융, 자동차, 교육, 의료 등 전 분야에 걸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시장에 안착할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지만, AI가 여러 방면에서 시장을 변화시키는 기술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내년에도 소비재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다각도의 '실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에는 AI 비대면 서비스의 확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손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거치지 않는 무인 매장이 대표적이다. 이미 유통업계에서는 무인매장을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편의점 이마트24의 경우 컴퓨터 비전과 딥러닝 등 AI 기술을 적용한 김포DC점을 무인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세븐일레븐의 스마트 편의점 '시그니처'도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한 형태다. 완전한 무인 매장은 아니지만 롯데카드의 정맥인증 결제 서비스인 '핸드페이'를 이용해 손바닥 인증만으로 고객 본인 확인과 물품 결제가 가능하다. 세븐일레븐은 현재 전국에 17개 시그니처 매장을 개설하며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식품·외식업계는 AI를 통해 업체의 신제품 출시 여부를 타진하고, 배달 앱 가짜 리뷰를 걸러내는 등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롯데제과는 2016년 12월 IBM과 업무협약을 맺고 제과 산업에서 AI를 활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맛·소재·식감 등을 파악하기 위한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해 8월에는 AI 트렌드 예측 시스템 '엘시아'(LCIA)를 도입했다.

배달 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가짜 후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이번 기술은 후기에 따르는 혜택만 받기 위해 음식과 무관한 엉뚱한 사진을 올리는 이용자의 가짜 후기를 걸러내고, 신뢰성 높은 후기만 소비자가 참고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96% 수준까지 허위 포토 리뷰를 걸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업계도 마찬가지. 향후 AI를 활용한 서비스 제공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상품 기획단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 걸쳐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AI  '아이피츠'를 개발한 바 있다.

아이피츠는 기존에 상품기획자의 감각에 의존해 결정되던 생산량을 빅데이터를 토대로 제안하고, 상품이 부족하거나 남지 않도록 생산 주기와 생산 수량을 결정해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온라인몰인 SSF샵은 AI로 소비자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화장품 업체들도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에 AI를 활용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AI 딥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나에게 딱 맞는 립스틱'을 찾아주는 '컬러테일러'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입술 사진을 찍어 올리면 150여 개 브랜드의 6천여 개 립 제품 중 사용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상을 찾도록 도와준다.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경우 올해 3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문을 연 '셀프 스토어'에 고객별 피부 상태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AI 상담원을 둬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 분야에서 AI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이 AI 분야에서 다소 뒤처져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는 "AI 분야는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중국에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뒤처지고 있다"며 "미국이나 중국보다 원천 기술을 더 개발하면 좋겠지만, 현 상황에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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