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갈비뼈가 사라진 소녀' 이야기가 한 언론을 통해 처음 보도됐다. 의료사고로 갈비뼈가 모두 사라지고 스스로 숨을 쉴 수 없었던 그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의 응원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났다. 그는 수십만 명의 앰부(수동식 인공호흡기) 봉사자 '릴레이 온유'와 함께 숨 쉬며 기적 같은 하루를 선물 받고 있다. 최근엔 자신의 간증을 담은 책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를 출간해, 자신이 받은 선물을 나누기 시작했다. 김온유 작가를 만나 그와 릴레이 온유가 만든 기적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릴레이 온유' 봉사자와 김온유 작가 ⓒ데일리굿뉴스
  
어떤 것도 당연한 '내 것'이 아니었다
 
김온유(32) 작가는 16년째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장기입원 중이다. 14살 때 가벼운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았다가 잇따른 의료사고로 갈비뼈와 자가 호흡을 잃었다. 처음엔 현실이라 믿지 않았고, 이후엔 이 시간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다.
 
"곧 회복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어요.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도 하나님께서 곧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주실 거라고 믿었죠. 심지어 누군가 병문안을 와서 제게 많이 좋아졌다고 말할 때면 불쾌했어요. 잃어버린 건강을 다 회복하지 못했는데 좋아졌다고 하니깐요. 잃어버린 것들이 당연한 내 것이고, 되찾아야 마땅하다고만 생각했던 거죠."
 
그러는 사이 16년이 흘렀고, 많은 것이 변해갔다. 부모님의 피부엔 어느새 주름살이 지었고, 소녀는 어느덧 성인이 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그의 믿음이었다. 이전의 '건강한 삶'도 지금의 '아픈 삶'도 모두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김 작가였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죠. 절박한 순간 기도밖에 붙들 것이 없었어요.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기도하고 있는데, 그 어떤 것도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제야 주님께서 매일 주시는 생명에 대한 감사의 고백이 나왔어요."
 
 ▲'릴레이 온유' 봉사자와 김온유 작가 ⓒ데일리굿뉴스

숨 나누며 하루하루 '기적' 만들다
 
김 작가는 11년 전부터 혼자서 숨 쉴 수 없다. 하나님은 그런 그에게 매일 매 순간 호흡을 선물했다. 수만 명의 앰부 봉사자 ‘릴레이 온유’가 그의 곁에서 함께 숨쉬기 시작한 것. 그동안 함께 숨을 나눈 봉사자만도 1만 5,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24시간 4교대로 앰부를 누르며 김 작가에게 호흡을 공급하고 있다.
 
"아침에 눈뜰 때 친한 친구의 얼굴을 보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쓰다듬을 때가 있어요. 또 어떨 때는 현실을 자각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요. 난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많은 사람에게 호흡을 선물 받아 살아가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러나 앰부 봉사자들은 오히려 김 작가와 함께 숨을 나누며 기적 같은 하루를 선물 받았다. 봉사자 중에는 마음이 아프거나 정신적으로 헤매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모두 김 작가를 만나 상처를 치유 받고 회복했다. 특히 비기독교 봉사자들은 주님을 만나게 된 것이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런 봉사자들의 모습은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와도 맞물렸다. 많은 사람이 "너만의 특별한 은혜를 나눠보라"고 권면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을 굳이 남들에게 보여 동정받고 싶지 않았다. 부끄러움에 사로잡힌 그에게 하나님은 다시 한번 감동을 주셨다.
 
"'네 삶 속에서 내가 이뤄낸 일들까지도 부끄럽다고 하며 모두 묻어두려는 것이냐?'는 말씀이 들렸어요. 제 연약함과 상관없이 하나님이 삶 속에서 이루신 은혜와 기적을 나누라는 감동이 밀려왔죠. 막막했지만, 하나님을 믿고 선포하자 담대함이 생겼죠."
 
그렇게 믿음으로 써 내려간 책은 또 다른 기적을 낳고 있다. 실제로 인터뷰 중 만난 한 봉사자는 그의 책을 읽고 위로와 감동을 받아 릴레이 온유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벌써 3번째 방문이라던 그의 미소에서 특별한 은혜를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많은 독자는 고난이 해결된 해피엔딩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김 작가는 여전히 아프고, 병원과의 문제는 힘겹다. 무엇보다 릴레이 온유와 가족들이 언제까지 자신을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렵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오늘 하루 숨 쉴 수 있음에 행복하다고 말한다.
 
"여전히 가장 쉬운 길은 주님 곁에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하나님의 사랑 때문에 덤으로 숨을 쉬고 있잖아요. 나를 향하신 계획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그러셨듯이 힘겨운 상황 속에서 또 어떤 기쁨을 주실까 하는 기대로 살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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