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경기침체로 개인 기부는 물론 후원도 많이 줄어드는 요즘.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위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나눔의 손길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김미자·최근영 부부는 강릉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부부가 모두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해 감동을 전하고 있다.
 
 ▲엄지네포장마차 대표 김미자·최근영 부부 ⓒ데일리굿뉴스

포차부부, 고액 기부자가 되기까지

김미자·최근영 부부가 운영하는 엄지네포장마차는 강릉의 명물로 전국의 입소문이 났다. 꼬막무침비빔밥의 원조를 맛보러 전국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몇 시간씩 대기해야 할 정도다. 
 
그런데 최근엔 꼬막무침비빔밥보다 더 주목받는 것이 있다. 대표 김미자(54)·최근영(63) 부부의 선행이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2월과 4월 각각 1억 원을 기부하면서 김 씨는 9호, 남편 최 씨는 10호로 강릉 최초의 부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그동안 조금씩 모아 아파트를 장만했는데 가게를 상가건물로 옮기면서 이곳에 거주하게 됐어요. 살집 하나만 있으면 되잖아요. 아파트는 팔아서 기부했죠. 큰 뜻은 없어요. 그저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서죠."
 
이들 부부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는 남모를 사연이 있다. 엄지네포장마차가 최고를 뜻하는 엄지가 되기 전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부부였다. 
 
40세에 대기업 임원까지 지낸 남편 최 씨가 회사를 나와 건설업체를 차린 것이 긴 고난의 시작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시행업체들이 줄줄이 부도가 났고, 결국 최 씨는 파산했다. 모든 것을 다 잃고, 어린 3남매는 어머니께 맡겼다. 술에 의존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이 힘든 나날이었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를 악물고 살 수밖에 없었다. 

부부는 0.7t 미니 트럭을 구매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떡볶이와 어묵 등을 팔았다. 하지만 서울살이를 더는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김 씨의 고향 충북 제천시로 이주했지만 여기서도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최 씨가 건설업을 할 때 인연을 맺었던 강릉이 떠올랐다.
 
강릉에 정착한 부부는 사채를 빌려 엄지네포장마차를 개업했다. 술을 끊고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 장사에 전념한 지 12년. 고생 끝에 낙이 왔다. 2014년 부부가 개발한 꼬막무침비빔밥이 그야말로 대박친 것이다. 꼬막무침비빔밥 붐은 바다 건너 미국까지 이어져, 팝업 매장 등을 열 정도였다.
 
식당이 자리 잡으면서 부부는 자신들이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지역 청소년과 어르신 등을 위한 기부는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손님이나 이웃주민을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이제라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감사하다는 김미자·최근영 부부. 이들은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작은 손길이라도 나누는 마음이 우리 사회에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기 쉽지 않은 요즘, 봉사를 통해 인생의 보람을 느낀다는 부부의 선행이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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