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묻힌 온수관의 노후화와 난방공사의 방만한 관리가 불러온 '참사',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가 발생한 지 일년이 지났다. 당시 도심 한복판에서 뜨거운 물기둥이 솟아올라 도로를 뒤덮였고, 1명이 숨지는 등 5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인근 2000여 가구는 온수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2018년 12월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 소방관들이 함몰된 도로에 추락한 차량을 견인하려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백석역 사고 1년...관리 대책 여전히 '부실'
 
국과수 분석결과 백석역 사고의 원인은 28년 전 부실했던 용접시공과 감시시스템의 오작동이었다.  이상 신호가 발생했지만 손상된 관로를 복구하지 않고 잔여수명 조사결과를 조작한 지역난방공사의 과실도 컸다.
 
이후 경기도 일산과 부산, 서울 목동, 경기도 안산까지 온수관 파열사고가 이어지며 시민들의 불안은 가중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당시 전국에 설치된 온수관 가운데 20년 이상 된 낡은 온수관은 전체의 32%인 686km에 달했다. 전수조사 결과 이중 203곳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사고 직후 정부와 관계부처들은 이상 징후가 보이는 시설을 긴급 보수하고 노후온수관 교체를 추진했다. 하지만 3개월 뒤인 2019년 3월, 감사원의 감사 보고서에서 난방공사의 온수관을 점검·진단하는 점검원에 대한 관리·감독도 허술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토목·기계분야 업무 경력이 있는 사람을 점검원으로 배치야 하는데도 통신 업무 경험을 경력으로 인정해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을 점검원으로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사용 온수관 총 374㎞를 20년간 순차적으로 교체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 이행 계획을 2018년 10월까지 마련하기로 하고서도 올해 3월까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실제 지자체의 한 의원은 "열수송관 교체계획을 발표했던 산업자원부와 난방공사가 어떤 계획도 내놓고 있지 않다"며 "여전히 '구먹구구식' 임시 보수만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먹구구식' 안전점검에 사고 되풀이

일년이 지난 2019년 12월 4일,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국민안전 다짐대회'를 열고 백석역 열수송관 사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 자리에서 안전약속 실천도 다짐했다.
 
그러나 약 10여일 뒤, 경기 성남시의 한 고등학교 근처에서 온수관이 터지는 등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안전 대책의 실질적인 집행이 이뤄지고 있는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사고 원인의 87%는 노후 배관이다.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하지만 온수관 수리나 인근 공사 내역 등의 이력을 축적한 데이터베이스조차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올해도 이어지는 온수관 파열 소식에 누리꾼들은 “이 정도면 거의 땅 밑 시한폭탄이다”, “날 추운데 우리 동네도 파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길” 등의 댓글을 남기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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