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편지] 주님 안에서 문안드립니다. 이번 기도편지는 특별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이하 코로나)에 대한 다같이교회의 상황을 나누고자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한국교회가 비상인 것은 인터넷 기사를 보며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같이교회는 이를 위해 지난달부터 전 세계를 위해서, 특별히 한국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피선교지의 교회지만,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로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필리핀 다같이교회의 예배 장면 ⓒ데일리굿뉴스

필리핀은 아열대 나라이고, 섬나라여서, 연중 내내 덥고 습합니다. 그래서 코로나가 살 수 없는 환경이라서 큰 걱정 없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통계 수치상으로도 환자 수가 몇 명 되지 않았고, 필리핀에 관광 온 외국인들뿐이었습니다.

물론 필리핀 정부의 발표 수치에 대한 신뢰감이 낮긴 하지만, 저나 교인들 모두 코로나는 필리핀에서 유행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고국을 위해, 고국의 교회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한편으로 이곳 필리핀에 코로나가 유행하면, 분명 큰 대란이 있을 것이라 걱정도 했습니다. 여기서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지만, 마스크가 있다고 해도 온 식구별로 하루에 한 장씩 바꿔가며 쓸 정도의 마스크를 구할 돈도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파도 병원 갈 돈이 없는 가정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걱정했습니다.

이때 필리핀 교육청에서 마닐라와 인근 지역에 갑자기 휴교령을 내렸습니다. 그것도 한 달이나 되는 꽤 긴 시간동안 휴교령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생필품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휴교령이 내려진 지 일주일이 채 안 되어서, 필리핀 대통령이 직접 마닐라 지역 봉쇄를 이틀 뒤에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마닐라 안으로 들어올 수 없고, 나갈 수도 없습니다.

저는 교회 예배를 주일에 드려야 하기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며 며칠을 보냈습니다. 저는 마닐라를 떠나기로 결정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 3명을 뒤로한 채, 마닐라를 빠져 나왔습니다. 제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도와줄 선교사를 찾아서 부탁하고 나왔습니다.

지난 주 예배 때 다같이교회는 힘들어도 교회 문을 닫지 않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못 오면 행정팀장이 예배 인도하고, 그 사람도 못 오면 재정팀장이 인도하고, 그 사람도 못 오면 주방팀장이 인도하고, 그 다음은 1구역장 2구역장… 교회 문 열쇠를 갖고 계신 분에게, 아무도 못 오면 혼자라도 예배하시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교회 성도들은 모두 울었습니다. 저도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통령의 발표 후 필리핀 교회 연합체는 예배 중단을 권고했고, GMS 지역선교부도 그 권고에 따르라고 지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지침에 따를 수 없었습니다. 교인들 중 스마트폰 가지고 있는 사람이 20%도 안 되고, 인터넷 사용하는 성도가 10%도 안 됩니다.

집에 TV없는 교인이 대다수이고, 전기가 아직 안 들어온 집에 사는 교인도 있습니다. 대부분 신앙이 굳건히 잡혀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교회 예배 중단을 한 달간 하면 신앙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 눈에 보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일 때, 믿음의 생활, 신앙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구해서 예배에 참석한 모든 성도에게 지급했습니다. 의자의 간격도 넓게 배치했습니다. 혹 예배당을 못 올 상황이면, 집에서 예배하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은 동일하게 그 예배를 받으실 것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교회는 계속해서 예배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주일성수에 대한개념이 약한 이곳에서,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신앙적 가치인 주일성수를 체득하길 기도할 뿐입니다.

필리핀과 다같이교회가 있는 빈민촌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고국을 위해서, 그리고 필리핀과 다같이교회를 위해서 아침마다 금식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오! 주님. 이 사태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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