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어린이합창단 공연 모습. ⓒ데일리굿뉴스

본지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주

 
 ▲김혜숙 고려인어린이합창단장 ⓒ데일리굿뉴스
“언어와 문화 차이로 학교에서 왕따로 우울해하던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성격도 밝아지고 매사에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 무엇보다 고려인이란 걸 자랑스러워하고 있어 기쁩니다.”

2016년 창단된 국내 유일의 고려인어린이합창단을 4년째 이끄는 김혜숙 단장(66, 광주 무진교회 권사).

“동료 성도들과 광주의 고려인마을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더라고요. 고려인 아이들에게 우리 조국에서 살아가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베풀자는 생각에 9명의 초등학교1·2학년 아이들을 상대로 찬양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첫걸음을 뗀 고려인 어린이합창단은 현재 21명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창단 이후 정기 연주회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초청 공연, 광주비엔날레 개막식 축하 합창 등 크고 작은 무대에서 35차례 공연했다.

합창단의 강점은 한국어, 러시아어, 영어 등 3개 국어 노래를 자유자재로 부른다는 점이다. 단원들의 실력도 뛰어나 2017년 음악교육신문사 어린이 독창 콩쿠르에서 1·2학년 부문 대상 등 7명의 입상자를 배출했다. 호남예술제(2018)에서도 3명이 독창 부문을 수상했다.

고려인 학부모들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그래서 애초부터 그는 자원봉사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합창의 기초인 발성과 하모니부터 동요, 가곡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소화할 수 있도록 실력을 키워나갔다. 또 틈틈이 한국식 인사법과 한복 예절, 다도 등 전통
문화도 가르쳐왔다.
 
 ▲한러 양국에서 어린이 문화사절단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고려인어린이합창단의 공연 모습. ⓒ데일리굿뉴스

김 단장은 “단원 모두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태생의 고려인 3·4세 중도입국 어린이들”이라며 “환경과 문화도 다르고 말도 서툴러 적응에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표정도 밝아지는 걸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부터 고려인마을에서 운영하는 ‘고려 FM’(주파수 FM 102.1MHz)의 ‘고려인뉴스’와 ‘맑은샘이야기’의 MC도 맡아 고려인사회의훈훈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 단장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고려인들은 정직하고 부지런한데 서툰 우리말과 문화의 차이로 인해 편견과 차별에 시달린다”며 고려인들을 차별하는 사회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단장은 “아이들이 우리 사회 일원으로 당당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며 “장차 한러 양국에서 어린이 문화사절단이 되도록 양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그는 오랫동안 교도소선교 사역, 고려fm방송아나운서, 난원합창단 지휘자 등 다방면에서 봉사활동에 앞장서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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