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관광지에 이단 신천지의 비석이 무단으로 설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국통일선언문이란 비석으로 종교통일이나 하늘문화 등 신천지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내용에 담겨 있다.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관광지에 무단 설치된 신천지 비석 '조국통일선언문' ⓒ데일리굿뉴스

2011년 철거 후 재차 무단 설치
남북통일과 무관한 내용 담겨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임진각 관광지에는 놀이시설과 공원, 곤돌라 등이 조성돼 있어 연간 4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분단의 아픔과 통일 염원의 상징성이 있는 장소인 만큼 곳곳에는 각종 기념비도 세워져 있는데 그 사이에 신천지가 무단으로 설치한 비석도 버젓이 놓여 있다.
 
조국통일선언문이라 쓰여진 해당 비석은 신천지 2인자로 불렸던 김남희 씨가 최근 탈퇴하기 전까지 대표를 맡았던 사단법인 만남이 2010년 10월에 최초로 세웠다. 하지만 당시 토지 소유주인 한국철도공사와 파주시청에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돼 2011년 철거됐다.
 
그러나 어느새 다시 비석이 임진각 내에 무단으로 설치됐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언제 다시 세워졌는지 정확한 일자는 모른다"며 "비석을 설치할 때 공문이나 연락을 받았다는 기록은 없다"고 밝혔다.
 
비석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딘가 이상하다. 한반도를 사랑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대한민국 국민대표로서 4가지 내용을 선언하는 데 세번째까지는 남북 지도자의 협의와 평화적 소통을 강조하지만 네번째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넷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종교는 영적 세계의 신앙이므로 종교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종교는 영적 차원이므로 국경이 없다. 또 종교인은 경서를 기준으로 한 신앙을 해야 한다. 경서를 기준으로 한 신앙은 종교통일을 이룰 수 있으며, 지상 하늘나라 광복이 되고, 하늘문화 빛이 전개되어 새 세상이 실현된다."
 
이어 "위와 같은 조항을 지킴으로 남북 조국통일을 이룩할 수 있고 '종교통일'을 할 수 있으며 세계 평화가 될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 '하늘나라 광복', '하늘문화 빛', '새 세상'과 같은 단어들은 신천지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종교통일로 세계 평화가 된다는 것은 이 선언문 제목인 조국통일선언문과 맞지도 않다.
 
비석 하단에는 '빛과 빛의 만남은 이김' 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는 이만희 교주가 평소 자신과 김남희 씨의 이름을 뒤에서부터 한 글자씩 합해 '희희, 만남, 이김'을 풀어 쓰던 말이다. 희는 한자 빛날 희(熙) 자고 '이긴다'는 것은 신천지 교리 핵심 키워드인 '이긴 자'를 뜻한다.
 
또한 이 비석 말미에 이만희 교주와 함께 정체가 불분명한 이름들이 '국민대표 33인'으로 표기돼 있다. 마치 3.1운동 때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을 연상케 한다.
 
 ▲조국통일선언문 비석 하단부분 ⓒ데일리굿뉴스

신천지대책전국연합 엄승욱 총무는 "신천지에서는 비유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 비석 역시 신천지인만 알아들을 수 있는 비유와 은어로 국가와 국민을 기만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 총무는 "비석 상단에는 분단과 통일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조국이나 국가는 대한민국이 아닌 신천지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모든 것이 신천지로 통일돼야 한다는 내용인데 문제가 되지 않게 중의적 표현을 사용하며 섞어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진각에 나들이를 나온 관광객들은 이 비석이 신천지와 관련됐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며 왜 임진각에 있는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같은 신천지 비석은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도 설치돼 있다. 고성군청 관계자는 "과거 통일전망대 지역이 사유지였을 때 설치된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철거작업을 위해 철거 안내문을 보내고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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