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환생 흥행보증 단골소재
한국교회, 대중의 영적갈망 채워줘야


요즘 ‘환생 신드롬’ 등 무속사상이 사회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무속사상은 대중매체를 이용한 ‘상업주의’와 맞물려 소리 없이 우리네 삶에 스며들고 있다. 이 현실을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무속적 요소를 쓴 드라마 작품들. 사진은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도깨비>, <호텔 델루나> 스틸컷.  

고스트 엄마 ‘모성애’로 공감 얻어

보통 귀신은 산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의 존재로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의 고스트 엄마 차유리(김태희)는 다르다.

무섭기는커녕 시청자들을 빵 터트리게 만드는 천연덕스런 캐릭터면서 동시에 눈물을 쏟아내게 만드는 연민의 캐릭터다. 귀신이 되어 가족 주변을 맴도는 고스트 엄마의 절절한 모습에 연민이 안 생길 수 없다.

‘하이바이 마마’는 불의의 사고로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된 차유리가 사별의 아픔을 딛고 새 인생을 시작한 남편 조강화(이규형)와 딸 아이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49일 ‘리얼 환생 스토리’를 그린다. 

스토리 전개에 있어 ‘환생’이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차용한다. 그럼에도 그것이 보여주려는 게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점에서 모든 것이 허용된다. 귀신과 환생 등 무속적인 소재를 끌고와 사실상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삶과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기 때문에 수용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

아이 한 번 안아보지 못하고 죽은 고스트 엄마 차유리의 심정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해할 수 있고, 가족을 잃고 남겨진 이들의 상실과 아픔은 폭넓은 공감의 매개가 된다.

산 자와 망자가 공존하는 비현실적 세계를 그려냄에도, 가족의 소중함과 가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가족드라마의 변주”라고 평가되는 이유다.

무분별한 수용 경계 필요

이렇듯 전생·환생 등의 무속적 사상은 최근 긍정적 묘사와 친근한 접근으로 대중문화의 단골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그만큼 무속 사상을 무분별하게 접하고 수용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속은 과거 근대화 시대에 미신으로 터부시됐다면, 근래 들어서는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귀신이나 좀비, 무속신앙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이 오히려 대중에게 각광받는 추세다.   

드라마 ‘도깨비’, ‘호텔 델루나’ 등은 인간과 신적 존재의 사랑, 전생·환생의 이야기, 사연 있는 귀신들의 휴머니즘으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무속신앙과 불교의 세계관을 혼합해 사후세계를 흥미롭게 묘사한 영화 ‘신과 함께’는 국내 시리즈물 최초로 연속 천만 관객 돌파란 대기록을 세웠다.

필름포럼 성현 대표는 “한국인 대다수의 심성에는 대중매체가 그리는 비현실적 세계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꽤 두텁게 형성돼 있는 상태”라며 “대중이 귀신이나 무속신앙 등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일종의 문화로 받아들이며 거침없이 소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무속신앙, 악귀, 저주의 살 등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오컬트(occult)’ 장르가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콘텐츠들은 장르 특성상 비현실적이거나, 영적 세계에 대한 자극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시청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가장 미신적인 것이 성행하고 있는 지금의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은 “환생 등 무속적 콘텐츠가 활발히 소비되는 것은 영적 세계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이 높다는 방증”이라며 “현대인들의 영적 갈망을 대중문화가 채워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기독교가 사람들의 영적 갈망을 채워주지 못하면 사람들은 계속 대중문화로 눈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대중의 영적인 필요를 포착해 채워주고 삶과 죽음, 그 이후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이어가면서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삶을 통해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상경·박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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