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가족의 행복을 찍어드립니다”

[굿뉴스 62] 전라북도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 오준규

진은희 기자(jin@goodtv.co.kr)

등록일:2020-05-01 18: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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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선항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주


‘가족’이란 이름에 추억을 선물하는 사람이 있다. 평일에는 전라북도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로, 주말에는 장애인 가정을 찾아다니며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오준규 씨다. 
 
▲ 사진작가 오준규씨의 모습. ⓒ데일리굿뉴스 
12년 동안 오 씨의 재능기부로 전북지역 14개 시·군을 돌며 1,200여 가정에 가족사진을 선물했다.

“장애인 가족의 ‘행복’을 찍어요”라고 말하는 오 씨는 어렸을 때부터 카메라가 정말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가난한 형편 탓에 첫 필름 카메라를 20대 중반 이후 갖게 되었다.

오 씨의 첫 카메라에는 특별한 추억이 있다. 교회에서 알고 지낸 지인의 이삿짐 나르기를 도와주면서 그의 중고 카메라를 선물 받게 된 것이다. 오 씨는 최민식 작가의 책 <사진이란 무엇인가>와 미국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루이스 하임의 영향으로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다고. 카메라를 들면 이유 모를 설렘이 지금까지 있다는 그는 이유모를 사명감이 지금까지 이끌었다고 고백한다.

오 씨는 1998년 사회복지사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즐기게 됐다. 오준규 씨의 삶 절반의 시기는 장애인들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 가운데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가족사진 한 장’을 갖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 오준규 작가의 사진에는 장애인들을 향한 따뜻함이 묻어난다. ⓒ데일리굿뉴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사진관에 가서 가족사진을 찍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관에서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경우, 비용 문제도 부담이 된다.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 때의 두근거림을 아직도 느낀다는 오 씨는 이 마음이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 여겨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사진작가로서 다수의 전시도 열며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는 오씨가 시각예술을 복지사업에 접목시킨 것이다. 경제적, 지리적인 이유로 가족사진 촬영에 어려움이 많았던 저소득 장애인 가정, 노인 부부 세대,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다. 사진 촬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오 씨가 전부 부담했다.

신청 인원이 늘면서 자비량으로 충당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자, SNS를 통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선한 일에 함께하고자 많은 이들의 도움의 손길이 모여 적지만 촬영을 위한 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몸이 불편한 장애인분들이기에 직접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이동식 스튜디오 봉사를 했다. 금세 입소문이 나면서 사진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 오준규 씨가 시각예술을 복지사업에 접목시켜 12년 째 이어오게 된 '행복한 순간으로의 초대' 사업을 통해 장애인들을 위한 가족사진을 무료로 찍어주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이후 오 씨는 이 프로젝트를 ‘행복한 순간으로의 초대’라는 이름을 가진 복지사업으로 복지관에 직접 제안했다. 수요가 늘면서 더 많은 이들의 가족사진을 남겨주기 위해 오 씨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에 사업기획서를 냈고, 성과도 좋아서 3년 연속 지속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전북은행에서 사회공헌기금으로 예산을 지원해주며 오 씨의 선행에 동참하고 있다.

10년 넘게 이어오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들도 있다고 말하는 오 씨는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하루는 남편과 부부사진을 찍고 싶다고 혼자 촬영장을 방문하신 할머니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장애인 가족들의 사진촬영이 끝나도록 남편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을 이상히 여긴 할머니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편이 중풍에 걸려 쓰러져 올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할머니는 오 씨에게 실례가 안되면 자신의 집으로 함께 가서 사진을 남겨줄 수 있냐 물었고 흔쾌히 무거운 장비를 들고 할머니와 산 속에 위치한 집에 찾아갔다. 사진 한 장이 없었던 할머니께서는 가족사진 갖는 것이 평생 소원이셨기에 사진을 찍어 준 오 씨에게 무척이나 고마워 하셨다며 이 순간이 가장 보람되고 잊혀지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다.

오 씨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피사체를 담는 시선이 얼마나 따뜻한지 느낄 수 있다. 오 씨는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지나가고 가족들의 행복한 순간을 담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시작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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