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 2위 경제대국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다시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지난 1월 '1단계 미·중 무역합의'로 조성됐던 훈풍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과거 미-소련 냉전에 이은 '코로나19 신냉전'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고조되는 미중 갈등.(사진제공=연합뉴스)

美 생산·IT·자본 전방위 '중국 때리기'

11월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악재에 맞닥뜨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측은 '중국 때리기'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14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대중국 초강경 기류를 압축적으로 상징한다.

대중국 강경조치들도 연일 쏟아져나오고 있다. 미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미국의 기술로 제작된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성명에서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직접적 결과물인 반도체를 화웨이가 취득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겨냥해 수출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장비를 활용해 반도체를 제조하는 외국 업체들은 특정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선 미국으로부터 반드시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통신장비의 미국 내 판매를 '봉쇄'하는 행정명령도 1년 연장했다. 국가안보가 위협받는 국가 비상사태에 대통령이 거래와 교역을 차단할 수 있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의거한 조치다.

자본시장을 통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선 미 연방공무원 퇴직연금인 '연방공무원 저축계정'(TSP)의 중국 주식투자를 전면 차단할 태세다.

뉴욕증시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에 상장된 중국 상장사들도 타깃이다. 중국 기업들이 미 자본시장에서 쉽게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회계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글로벌 생산공장' 중국에 투자된 생산기지를 미국 본토로 옮기는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중국에 대한 생산 의존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글로벌 공급사슬 자체를 뒤바꾸겠다는 것이다.

갈등의 불똥은 국제기구로도 번졌다.

당장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8월말 사임을 예고한 것을 놓고 미·중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기를 1년 앞둔 조기사임이다.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개인적 사유를 들었지만, 그동안 WTO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 사실상 제 역할을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WTO는 끔찍하다. 우리는 아주 나쁜 대우를 받았다, WTO는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대한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이 못 얻는 이익을 많이 누린다"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지원도 중단될 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중국 성향'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늦춘 탓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피해가 커졌다고 맹비판하면서 자금지원 중단을 예고한 바 있다.

중국도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시점에 중국을 향해 잘못된 위협을 하고 있다"면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또다시 대중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양국이 관계를 끊는다면 미국이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세계 경제 1, 2위 국가의 정면충돌은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허덕이는 글로벌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면서 장기적인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결별에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코로나19 사태로 '대결별'(the Great Decoupling)에 들어섰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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