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자 씨, 우리 호떡 구우며 전국 유람이나 합시다. 제주도도 가고 울릉도도 가자고 꾀었지”
20년 전 이 한마디가 김영욱(72), 김용자(70)씨 부부를 전국 호떡 나눔 여행길에 오르게 했다. 달랑 트럭 한 대에 밀가루 가죽 몇 포대 가득 싣고 전국 팔도를 돌기 시작했다. 영욱씨는 이 시간을 ‘여행’이라 표현한다. ‘복지시설로의 여행’
양로원, 교도소, 보육원, 장애인 시설 등 전국 방방곡곡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무료로 호떡을 나눠준다. 많을 땐 하루에 열 군데 이상을 돈 적도 있다. 하루 종일 밥 한 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다닌 날들이 허다하다. 정작 영업하는 날은 토요일, 일요일 일주일에 단 이틀뿐이다. 주중에는 무료 호떡 나눔만 하러 다닌다.
김영욱, 김용자씨 부부가 지금까지 20년간 무료 나눔 한 호떡 개수는 300만 개 남짓.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 16시간을 봉사활동에 쏟으니 두 부부 합쳐 어림잡아 9만 시간 정도를 봉사한 셈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그저 호떡을 받는 사람들의 환한 미소가 좋아서다. 20년 전 강릉서 호떡 장사 했던 시절, 호떡 하나 먹기 위해 1시간 넘게 줄 선 손님 중 유독 굶주려 보이거나 형편이 안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 영욱씨 눈에 들어왔다. 그런 사람들에게 호떡 하나씩 더 얹어주기 시작한 게 본격적인 봉사 활동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받아들고 웃는 모습이 예쁘잖아요. 특히 애기 웃는 모습은 천사 같습니다.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순수해서 정말 예쁘죠.”
국무총리 표창, 봉사상 등 지금까지 받은 상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상금으로 받은 3,000만 원도 몽땅 기부했다. 정작 이들이 입고 있는 옷은 3,000 원짜리다. 이들 부부의 거처도 호떡 가게 안 자그마한 방 한 칸이 전부다.
지치지 않냐는 우문에 “할 거 다하면 봉사 못 한다. 모든 걸 내려놓으면 된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아내 용자 씨는 재작년 과로로 두 번이나 쓰러졌다. 그 뒤로는 직접 가진 못하고 택배로 대신하고 있다.
아내 김용자 씨는 “몸은 힘들어도 직접 다니면서 나눌 때가 제일 행복하다”며 못내 아쉬운 얼굴로 지난날을 회상했다.
먹고 살만큼은 된다며 앞으로도 벌이에 상관없이 쭉 베풀며 살 거라는 김영욱, 김용자 씨 부부. 인터뷰를 마치고 호떡 가게를 떠나기 전 기자 양손 가득 호떡 봉지를 쥐여줬다.
소원이 무엇이냐는 마지막 질문에 이들 부부는 “바라는 것 딱 하나”라며 “세상이 공평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