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를 호소하는 30대가 부산구치소 독방에 손발이 묶인 채로 수감된 뒤 쓰러져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교정시설 인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부산구치소(사진 제공=연합뉴스)

인권단체와 정신과 전문의는 공황장애가 있는 수감자 손발을 장시간 묶는 행위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고 매우 위험하므로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했다고 지적한다.

21일 부산구치소와 유족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벌금 500만원을 납부하지 않아 노역장 유치명령을 받고 부산구치소에 수감된 A(38) 씨는 9일 오전 10시께부터 교도관을 호출하고 독방문을 차거나 벽지를 뜯으려 하는 등 일부 소란이 있었다.

A 씨는 수년 전부터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구치소 측은 같은 날 오후 3시 50분께 폐쇄회로(CC)TV가 있는 보호실로 옮긴 뒤 손과 발을 보호장비로 묶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14시간만인 10일 오전 5시 40분께 의식을 사실상 잃고 오전 7시께 병원으로 후송됐다.

구치소 측은 "수감자가 식사를 거부하고 진정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보호장비를 계속 착용했다"며 "식사를 권유하는 과정서는 보호장비를 풀어줬고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은 없으며 보호장비 착용 규정은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 씨 당시 상태와 응급처치 여부 등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묻는 연합뉴스 서면질의에 대해서는 "유족 측 주장과 다소 차이가 있다"면서도 "결재 문제로 당장 답변이 곤란하다"고 전했다.

구치소 측은 관련 규정을 지켰다는 입장이지만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수감자를 14시간 이상 손과 발을 묶어둔 것에 대해서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족 측은 6시간 분량 CCTV를 확인한 결과 한차례도 보호장비를 벗게 해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권단체와 정신과 전문가는 수용자 손발을 장시간 묶는 것은 위험하고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전 이사장)는 "행동조절이 안 되거나 위험요소가 있는 수감자를 강박할 수 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강박을 할 때는 기준이 있는데 한 번에 4시간 이상하면 안 되고 1시간마다 호흡이나 혈압, 맥박을 체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박을 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위험요소 때문에) 그 기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형은 부산 인권상담센터 대표는 "명백한 인권침해로 본다"며 "교도 행정 편의 때문에 장시간 손발을 묶어 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공황장애가 있는 사람일 경우 정신과 전문의 소견을 받아 적절한 시간에 강박한 뒤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란이나 자해 위험이 있을 때는 CCTV로 감시한다든지 다른 방법을 통해서 충분히 감시할 수 있는데 장시간 손발을 묶었다는 것은 교도행정 편의적 발상이며 이는 인권적 차원에서 본다면 침해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 지휘하고 있는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구치소 내 재소자 사망 관련해 국과수에서 변사자 사인을 규명하고 있고 사인이 밝혀지면 그에 따라 적정한 조처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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