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사망 규탄 시위 현장에 블랙호크 등 군 헬기가 출동해 비판이 거세게 이는 가운데 법적으로 국제조약과 군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공에 뜬 군 의료수송용 라코타헬기(UH-72). 헬기 측면에 적십자 상징이 보인다.(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 1일 밤 미 수도 워싱턴DC 차이나타운에서 육군 소속 전투기 블랙호크(UH-60) 한 대가 저공비행으로 시위대를 위협했다. 블랙호크는 아프가니스탄전쟁 등에 투입됐던 군사용 헬기다.

이날 블랙호크와 함께 군의 의료수송 등 재난임무에 투입되는 라코타헬기(UH-72)도 함께 시위대 겁주기 작전을 수행했다.

전투기를 미국 내 시위대 해산을 위해 동원한 것에 군 퇴역 장성들마저 경악하는 가운데, 의료용 라코타헬기가 출동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라코타헬기가 당시 적십자 상징을 달고 있었다는 점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자비'를 뜻하는 적십자 상징을 부착한 의료 수송 헬기를 통금 이후 시위대 진압을 위해 동원한 것에 대해 법 전문가들은 경악했다고 보도했다.

미군 변호사 출신 제프리 콘 사우스 텍사스 법대 교수는 "그것은 멍청한 짓이었다"고 비판했다.
콘 교수는 "적십자 상징은 무장한 군이 비전투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뜻한다"며 당시 벌어진 일은 적십자 상징에 대한 국제적 함의를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군 변호사 출신 레이첼 밴란딩험 사우스웨스턴 법대 교수는 "적십자 상징의 오용은 평화 시기라 할지라도 (전시 희생자 보호를 위한) 제네바협약(적십자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시에 의료와 인도적 지원을 상징하는 적십자 상징이 법 집행 현장에 등장한 것은 정작 필요할 때 그 상징의 효과를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블랙호크기와 라코타헬기를 시위대 위협용으로 투입한 것은 워싱턴DC 주 방위군 최고 사령부의 결정이었다고 앞서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밴란딩험 교수는 당시 헬기를 띄우기 전 적십자 상징을 가리는 고민을 해야 했었다고 지적했다.
이 의료용 헬기를 시위 현장에 동원한 것 자체가 군법 위반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콘 교수는 국내 작전을 포함해 해당 헬기는 환자와 의료진 수송, 구조 현장 지원 투입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심에서 저공비행을 하는 것은 조종사와 탑승자, 지상 위 사람들, 헬기 모두에 엄청난 위험이 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