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운동 '빛과 그림자'…영화에서 찾은 해답은

최상경 기자(cs_kyoung@goodtv.co.kr)

등록일:2020-06-03 11: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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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이어진 ‘위안부’ 운동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운동에 앞장서 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확산일로다. 정의연과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 속에 우리 사회는 ‘포스트 위안부 운동’을 더 절실하게 고민해야 될 상황에 이르렀다.
 
 ▲영화 '주전장' 스틸컷.

위안부 인권운동 30년, 본질이 중요
‘포스트 위안부 운동’ 고민할 때


정의연 사태를 겪으면서 위안부 문제의식을 담은 영화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영화 중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영화는 ‘아이 캔 스피크’일 것이다.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피해자라는 아픔이 있는 할머니가 9급 공무원 청년을 만나 영어를 배우고, 미국 하원 의회 공개청문회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007년 미국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증언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과거를 숨겨왔던 주인공이 용기를 얻고 세상을 향해 진실을 증언하는 모습은 진한 감동을 전하며, 제목 ‘아이 캔 스피크’는 영어로 말할 수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당시 이 할머니의 증언은 실제로 미 하원이 일본 정부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 이용수 할머니가 10여 년 전 미 하원에서 보였던 용기를 다시 보였다. 그의 두 번째 ‘아이 캔 스피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를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 할머니는 두 번씩이나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연의 활동을 보며 느낀 문제점과 이 단체를 이끈 윤 당선인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매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니 없애야 하며, 참가자들이 낸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 윤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부실 회계와 공금 유용 의혹 등을 사실상 부인하는 입장을 내놓으며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음모론과 이념 공세 등 윤 당선인이나 이용수 할머니를 향한 인신공격까지 더해지고 있다. 극우 성향의 일부 사람들은 위안부 문제는 집단 사기극이라고 가짜 뉴스까지 퍼트리며 위안부를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는 이를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세력들로 인해 문제 해결에 이르지 못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을 보면 이러한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다.

영화는 ‘위안부’ 문제를 통해 단순히 이 역사를 부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일본은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특별하다’, ‘한국은 중국이 시켜서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는 등의 근거 없는 주장을 늘어놓고 심지어 피해자들을 개인적으로 모욕하기까지 하는 일본 우익의 민낯을 파헤친다. 미국 내 소녀상을 반대하는 단체와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는 단체 등이 실제로는 모두 연결돼있고, 이 중심에 아베 총리와 그의 ‘일본회의’가 있음을 밝힌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일본 역사 수정주의자들의 주장은 부조리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위안부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지 외교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한일간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정의연과 윤 당선인에 대한 의혹은 반드시 사실관계를 검증해야 할 문제다. 사실로 드러난다면 법적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해 위안부 해결을 위한 움직임에 제동이 걸려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 수는 17명으로 줄었고, 일본은 아직도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있다. 위안부를 소재로 한 수많은 작품들은 당시의 아픔뿐 아니라 피해자들의 현 일상을 조명하며 이 문제가 현재 진행 중임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지금의 시기를 위안부 운동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이용수 할머니가 절실하게 요구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인권운동을 끝내자는 게 아니라 방식을 바꾸자는 게 나의 요구”라며 “미래의 주인공인 한일 양국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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