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확산으로 전 세계의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미·중 긴장 관계가 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책임론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 데 이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추진에 미국이 제재를 가하고, 중국이 보복태세를 취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신냉전’ 수준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코로나 책임론에 이은 홍콩 보안법 갈등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신냉전'시대라는 전망도 나온다.ⓒ데일리굿뉴스

美, "중국이 홍콩 자치권 약속 어겨"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무역전쟁으로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무역합의를 타결하며 갈등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책임론을 중국에 거듭 제기하며 대중국 강경조치를 쏟아냈고 이로 인해 재점화된 미중 간 갈등은 홍콩 보안법을 계기로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았다.

중국이 홍콩에 정보기관을 세워 반(反)중국 시위대의 활동을 감시ㆍ처벌하는 것이 홍콩보안법의 골자다.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등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중국의 보안법 강행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을 공식화하며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중국이 홍콩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지적하면서 홍콩의 자치권 침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중국과 홍콩 당국자들도 제재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대우를 보장해 왔다. 미국이 이를 박탈할 경우 홍콩은 미국에 수출할 때 중국과 마찬가지로 최고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홍콩이 특별지위 박탈 등의 철퇴를 맞을 경우 본토인 중국이 입을 타격도 상당하다.

中 "외부 세력 개입 용납하지 않을 것"

이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코로나19 책임론에 대해 “미국이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홍콩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미국의 비판도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고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는 성명에서 "미국은 홍콩보안법 입법을 온 힘을 다해 방해하고, 파괴하려 한다"면서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에 간섭해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함부로 침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민일보도 논평을 통해 "중국 정부와 인민은 어떤 세력이라도 국가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위협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어떤 시도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ㆍ 중 갈등 격화에 금융시장 ‘긴장’

세계 경제1, 2위 국가의 패권 다툼은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허덕이는 글로벌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홍콩이 경제적 충격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홍콩에서는 달러화 수요가 급증하고, 중국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치솟고 있다.

홍콩을 무역 관문으로 삼아온 한국 수출기업들은 수출에 차질을 빚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융허브의 역할 상실로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 허브인 홍콩의 위상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세계 경제도 그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권을 철회하면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국영 기업들의 가치가 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자본과 기업이 대거 탈출할 경우, 홍콩은 국제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고 한국 경제도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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