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와 훈육은 종이 한 장 차이예요. 아이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세상을 배웁니다. 부모님들도 제대로 된 훈육 방법을 배우셔야 합니다."
 
▲ 아동학대 예방 부모교육 (사진제공=서울 동대문구육아종합센터)

지난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아동학대 방지 부모교육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부모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날 교육을 맡은 김희정 센터장은 최근 참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아동학대 방지 교육의 필요성이 커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현장교육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교육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40분가량 이어진 교육에서 아동학대 유형과 사례, 방지 방법 등을 소개하면서 "아이를 때리는 것만이 아동학대는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란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및 가혹행위, 아동 유기나 방임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거나 또래 친구·형제와 아이를 자꾸 비교하는 행위도 정서적 학대에 속한다.

이밖에 '학습지를 시키느라 잠을 재우지 않는 것', '우는 아이를 달랜다고 안아서 심하게 흔드는 행위','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히고 제대로 돌보지 않는 것' 등도 학대에 포함된다.

김 센터장은 "아침에 아이가 일어나지 않을 때 일어나라고 반복적으로 소리지르는 것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아이에게 습관적으로 하는 행위도 아이 입장에서는 학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을 받기 위해 모인 이들은 "내 아이이기 때문에 더 엄격한 훈육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이를 혼내기 전에 부모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필기하거나 고개를 끄덕였다.

교육에 참여한 12살과 9살 아이 엄마 황모(43)씨는 "9살 딸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최근 창녕 9살 소녀 학대사건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교육을 듣고 나니 습관적으로 하던 행동도 아이에겐 정서적 학대였다는 걸 알게 돼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자발적으로 부모교육을 찾아보는 분들은 나은 편"이라며 "부모가 되기 위한 자격증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부모교육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그는 "부모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아동학대 방지는 시작된다"며 "아이를 내 소유물이라 생각하지 말고 나와 또 다른 하나의 '작은 어른'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부모라면 누구나 부모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18일 "부모들이 훈육과 학대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특히 아이들이 어른의 말을 듣지 않는 일을 잘못이라 여기는 부모가 많은데 이는 아이가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부모교육을 법제화할 수는 없겠지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들을 통해 부모를 교육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부모 대다수가 비전문가들이 모인 맘카페 등을 통해 양육 조언이나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잘못된 훈육 개념을 배우게 될 수 있다"며 "아동수당을 받을 때 아동학대 방지 교육 등 부모교육을 이수하도록 강제하는 식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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