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가 서로 선한 이미지의 해결사역과 악역을 분담하는 것일까.

남북관계가 냉·온탕을 오가는 과정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확연히 차이나는 역할 분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먼저 거친 대남 비난을 쏟아내면서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어가는 악역을 도맡았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나중에 나서 파국을 막는 조치로 착한 조정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사진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커팅하려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먼저 거친 대남 비난을 쏟아내면서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어가는 악역을 도맡았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나중에 나서 파국을 막는 조치로 착한 조정자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이다.

6월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전날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5차 회의 예비회의를 주재하고 그동안 북한이 탈북민단체의 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측에 선언했던 군사행동 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대남 강경 군사행동 조치가 취해진다면 이는 김 위원장의 최종 결정에 따른 것이 되지만 이번에 '보류 결정'으로 이를 엎어버린 것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지휘 아래 당 통일전선부와 군 총참모부 등 관련 부서들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잇단 군사행동 예고로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한껏 높였던 것이 김정은 위원장이 한 순간에 이를 무마시킨 깜짝 '해결사'의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사실 김 위원장은 여동생인 김여정을 악역으로 내세워 자신을 비난한 대북전단 살포의 중대성을 충분히 알렸고, 이를 기회로 지난 2년간 남측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쌓여온 불만이 얼마나 큰지를 전부 쏟아낸 셈이다.

나름 성과를 이뤘다는 판단아래 김정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긴장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결국 이는 남북관계의 총체적 파국 속에서 최고지도자의 해결사 역할을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려는 전략적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과 김여정의 이런 역할 분담은 올해 들어 드러나기 시작했다. 김 제1부부장이 지난 3월 3일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에 첫 담화를 냈으나, 이튿날인 3월 4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이어 5일에는 문 대통령도 김 위원장에 친서를 보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남북관계의 파국을 지휘한 김여정의 악역이 김여정의 권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는 사실이다.

지난 4일 김여정의 대남 강경조치 담화가 나온 후 당 통일전선부와 군 총참모부 등 관련 부서 기관들이 나서 김여정의 담화 이행 지시를 언급하고 심지어 노동신문 등에 북한 간부의 주민들의 김여정 담화 실행 결의가 실리는 등 북한 사회에 김여정의 지위는 확실히 각인됐다.

김여정의 대남 행보는 김정은 위원장의 재가를 받아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가 실제 권력의 2인자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국정운영 동반자 수준에 와있음을 보여준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자 담화에서 관련 부서들에 대남 강경조치를 지시하면서 "(김정은)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라고 밝혀 자신의 지위를 우회적으로 공개했다.

김여정이 현재 가진 공식 직책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며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공식 서열은 2인자와 거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가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인데다 모든 간부 인사와 당생활 및 업무를 통제하는 당내 권력 서열 1위 조직지도부의 제1부부장이라는 점에서 그의 정치적 위상과 권한이 2인자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김여정의 악역은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와 남성 우위 중심의 권력 구도에서 '강한 여성'상을 부각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차기 지도자로 부각하려는 속내로도 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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