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쇼박스 제공)
▲영화 '파묘'.(쇼박스 제공)

[데일리굿뉴스] 최상경 기자 = 요즘 무속 사상이 사회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영화 '파묘'의 인기 영향으로 무속신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 '파묘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K-오컬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전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올해 첫 천만 영화 등극을 눈앞에 뒀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로 오컬트 영화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젊은 층에 관객이 쏠렸던 기존 오컬트물과 달리 '파묘'는 중장년층, 나아가 노년층 관객까지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CGV가 홈페이지·모바일 앱을 통해 '파묘'를 예매한 관객의 연령층을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은 지난 1일 기준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는 20%로, 10대(6%)의 3배가 넘었다. 장 감독의 전작인 오컬트물 '사바하'의 경우 50대 이상 관객은 9%였고, 한국 미스터리·오컬트 대표작인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6%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파묘'가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묫자리, 이장, 풍수지리, 무속신앙 등의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나아가 기존 오컬트물들이 다뤘던 미속적인 소재에 동아시아의 근현대사까지 다루며 새로운 시사점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파묘가 중장년층에게까지 호응을 얻는 이유로는 소재의 힘이 꼽힌다"며 "명당에 조상을 모신다거나, 일이 안 풀리면 이장을 한다거나 하는 문화는 기성세대에 익숙해 장르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영화 '파묘' 관련 콘텐츠.(SBS '그것이 알고 싶다', '당신이 혹하는 사이' 유튜브 캡처)
▲영화 '파묘' 관련 콘텐츠.(SBS '그것이 알고 싶다', '당신이 혹하는 사이' 유튜브 캡처)

영화의 인기에 무속신앙을 다루는 콘텐츠도 덩달아 많아지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993년과 1994년 방영된 무속과 풍수지리를 다룬 에피소드를 재편집해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영상은 공개된 지 10일 만에 조회수 57만 건을 기록했고, 2021년 '쇠말뚝' 관련 음모론을 다룬 '당신이 혹하는 사이' 재편집 영상은 2주 사이 조회수 112만 건을 넘겼다. 

전·현직 무속인들이 '파묘'의 세부 내용을 분석한 리뷰 콘텐츠들도 평균 4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악귀'.(SBS 제공)
▲드라마 '악귀'.(SBS 제공)

'파묘' 뿐만 아니라 초자연적 사건 혹은 영적 현상을 탐구하는 오컬트물은 요 몇 년 새 잇달아 등장했다.  

2015년 영화 '검은 사제들'을 시작으로 영화 '곡성(2016)'과 '사바하(2019)', '랑종(2021)', 그리고 드라마 '손 the guest(2018)'과 '악귀(2023)', '선산(2024)'까지 다양한 오컬트물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무속신앙 등이 대중문화의 단골소재로 등장, 그만큼 무속 사상을 무분별하게 접하고 수용할 기회가 많아진 셈이다.    

필름포럼 성현 대표는 "한국인 대다수의 심성에는 대중매체가 그리는 비현실적 세계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꽤 두텁게 형성돼 있는 상태"라며 "대중이 귀신이나 무속신앙 등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일종의 문화로 받아들이면서 거침없이 소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은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초자연적이거나 가장 미신적인 것이 성행하고 있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백 원장은 "무속적 콘텐츠가 활발히 소비되는 것은 영적 세계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현대인들의 영적 갈망을 대중문화가 채워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기독교가 사람들의 영적 갈망을 채워주지 못하면 사람들은 계속 대중문화로 눈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먼저 대중의 영적인 필요를 포착해 채워주고 삶과 죽음, 그 이후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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