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영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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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가 많은 볼거리와 흐뭇한 얘깃거리를 남겼다.

고척 스카이돔에서 3월 20~21일 열린 경기에서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매니 마차도 등 MLB 최정상급 선수들과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이 공격과 수비에서 멋진 플레이를 선보이자 팬들은 열광했다. MLB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충분했다.

우리나라와 MLB가 직접 인연을 맺은 지 30년 세월이 흘렀다. 당시 대학 2학년인 박찬호가 LA다저스에 입단하고부터다. 이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선수 30여 명이 MLB를 거쳤고, 올해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적하면서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MLB가 국내 프로야구만큼 친근하게 된 연유다.

2002년에는 김병현(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서재응(뉴욕 메츠), 최희섭(시카고 컵스) 등 광주일고 출신 세 명이 동시에 MLB에 등록하자 미국의 스포츠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LA 인근에 소재한 하버드 웨스트레이크 고교 출신 3명이 동시에 MLB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선 것은 20여 년 뒤인 2021년이었다.

박찬호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도 많다. 그중 하나가 우리 국민들은 물론 재미동포에게 미국의 지리 공부를 시켰다는 우스갯소리다. MLB의 각 팀 은 LA(다저스, 에인절스)나 뉴욕(양키즈, 메츠)처럼 모두 연고 도시 이름이 포함된다. 박찬호가 다른 도시에서 원정 경기를 할 때면 야구팬들은 그간 생소했던 도시의 이름과 위치를 하나 둘씩 알게 됐다.

한국프로야구(KBO)가 미국으로 ‘역수출’ 될 때도 있었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2020년 미국에서는 모든 스포츠 경기가 중단됐다. 당시 한국은 프로야구가 무관중으로 열렸다. 그때 ESPN이 우리나라 프로야구를 생중계하면서 미국 팬들에게 한국 야구를 소개했다.

이번 MLB 서울시리즈는 다양한 우리의 전통문화와 K컬처를 알리는 기회였다. 참가 선수와 가족들은 고궁 방문과 쇼핑을 즐기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선수뿐 아니라 배우자도 ‘인플루언서’인 이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 나들이 소식을 알리며 ‘홍보 대사’를 자임했다. 명동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거나, 전통시장 방문과 쇼핑 등 일거수일투족 모두 화제가 됐다. 서울시리즈 식전 행사로 선보인 K팝 공연도 찬사가 이어졌다.

서울 시리즈를 전후해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오타니 쇼헤이와 다르빗슈 유 두 명이다.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일본 출신 MLB 슈퍼스타들이다.

오타니는 한국으로 출발하기 직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근 결혼 사실을 알린 아내를 최초로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전세기를 배경으로 아내 다나카 마미코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 ‘기다려지다!’라는 한글 문구와 태극기 문양을 넣어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의 ‘한국 사랑’을 본 일본 팬들이 시샘한다는 소식마저 전해졌다.

그는 1차전인 열린 20일 인스타그램에 “오늘 저녁에 시즌이 서울에서 시작됩니다. 곧 만나요. 다저스 화이팅!”이라는 메시지를 한글로 남겼다.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TV 중계 화면은 그의 아내 다나카 씨를 클로즈업했다. 경기 상황에 따라 환호와 아쉬움이 교차된 표정에는 청순함은 물론 새색시의 수줍음이 묻어났다. 오타니는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2안타, 1타점, 1도루를 기록하며 개막전 승리의 주역이 됐다. 2차전에서도 팀의 첫 안타를 기록했다.

오타니는 지난해 말 LA 에인절스에서 다저스로 이적하면서 세계 스포츠 사상 총액 기준 최고액인 10년, 7억 달러(약 9,300억 원) 계약을 맺었다. 빼어난 투타(投打)는 물론 빠른 발까지 갖춘 만능선수에 걸맞은 몸값이다. 야구 전문가와 MLB 동료 선수들은 “100년에 한 명 나올 정도의 ‘괴물’ 같은 선수”라고 극찬한다.

오타니가 일본은 물론 한국과 미국에 수많은 팬을 확보한 이유는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선한 인성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화나, 상대 선수와 심판에 대한 존중, 볼 보이를 배려한 행동은 손흥민과 쏙 닮았다. 개막 경기에서 2루로 진루한 뒤 유격수인 김하성에게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예전부터 한국에서 경기를 기대했다”면서 “환영해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런데 개막전 직후 오타니의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절도와 도박 혐의로 해고됐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미즈하라가 최근 불법 도박 과정에서 오타니의 수백만 달러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오타니는 마음고생이 컸을 텐데도 평소처럼 미소를 잃지 않고 2차전에 임했다.

개막전 파드리스 선발 투수였던 다르빗슈는 ‘의리파’다. 그는 박찬호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MLB 통산 124승)을 갱신할 투수로 꼽힌다. 인성 역시 오타니에 버금갈 정도로 훌륭하다.

다르빗슈는 한국 방문 직후 서초구의 한 카페를 방문해 소박한 ‘팬미팅’을 가졌다. 이 카페는 지신의 열혈 팬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 팬은 지난달 소셜미디어에 일본어로 “다르빗슈 선수가 서울까지 오는데도 아마 못갈 것 같아 무척 아쉽다”며 “서울에 카페를 오픈했는데, 괜찮다면 초대하고 싶다”고 알렸다. 영상을 본 다르빗슈는 “서울에서 만나면 좋겠다”며 답장을 보냈고 실제로 방문한 것이다.

다르빗슈를 맞이한 팬은 “제 꿈이 이뤄졌다. 다르빗슈가 카페에 와주셨다. 아직도 꿈만 같다. 정말 감사하다”며 카페에서 다르빗슈와 함께 찍은 사진과 영상을 SNS에 공개했다.

다르빗슈는 “서울에 왔기 때문에 계속 응원해 주시는 팬의 카페에 다녀왔다”며 “아이스 카페라테가 정말 맛있었다. 항상 감사하다”고 답글을 남겼다.

이번 MLB 한국시리즈는 나라를 초월한 선수와 팬의 끈끈한 관계를 보여줬다. 특히 MLB 일본 슈퍼스타들의 한국 사랑과, 일본 선수들에 대한 한국 팬들의 응원은 양국 젊은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하다.

다르빗슈가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출신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기 바란다. 새 가정을 꾸린 오타니 부부에게도 은총과 축복이 충만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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