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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우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 이사장 ⓒ데일리굿뉴스
“20대에 농촌운동(4-H클럽)을 하다가 우연히 고 김영삼 대통령과 인연이 돼 민주화추진협의회서 문화운동에 종사하면서 해외동포들이 모국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올해 희수(77세)의 손석우 이사장(사단법인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 이하 해동협)이 해외동포에게 책 보내기를 시작한 지 어느새 20년을 훌쩍 넘겼다.

정당에 몸담으면서 문화와 해외동포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지만, 우리의 도서를 해외동포들에게 보내게 된 것은 지난 1999년 11월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였다.

“정당 활동에서 은퇴하고 농업이민을 생각하고 브라질로 갔습니다. 1999년 11월 상파울루 한국국제학교 도서관을 방문했는데 당시 우리나라에 대한 책이 전혀 없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이민의 뜻을 접고 한국에 귀국했죠. 학교 관계자에게는 ‘내가 귀국하면 2박스 분량의 책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이후 지난 20년간 35개 협약 기관이 해동협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어려움도 있었지만 “책을 받고 좋아하는 재외동포들의 모습이 떠올라 책 보내기를 중단할 수 없었다”는 손 이사장은 “한국어 보급과 한국 문화의 확산은 덤으로 얻어진 성과”라고 말했다.
 
 ▲미주 해외동포들에게 도서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마스크 반송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처음에는 혼자 힘으로는 책을 모으기가 역부족이었다. 일부 언론사와 ‘사랑의 책을 보냅시다’라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 결과 10만 권의 책을 확보했다. 현재까지 185만 권의 책을 보냈다. 손 이사장은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수십, 수백 권의 책을 보내주는 독지가들이 늘었고 책 종류
도 요리, 동화책, 만화책 등 다양해졌다”고 소개했다.

모아진 책들은 미국,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68개국에 전달했다. 전달되는 책의 종류로는 한글 기초 배우기, 한국 역사, 시집, 일반도서, 청소년 동화책, 종교 서적 등 다양하다.

세월이 흘러 한국인의 이민사도 한 세기를 넘었다. 현재 미국, 일본, 중국 등의 한국 이민자들은 이민 3·4세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이민 1세대와는 달리 타국에서 태어난 만큼 한국인도 현
지인도 아닌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해동협에서 보낸 우리의 책을 통해 자신이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이민 3·4세대도 늘고 있다.

“5년 전 미국 LA에서 미주동포 독후감 대회에서 17살 이민 3세대 청소년이 입상 소감을 발표하는데 한국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난 후부터 할아버지와 아빠 엄마의 모국인 한국과 우수한 문
화를 알게 됐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앞으로 나의 조국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해서 감동했습니다.”

자신의 생이 마감할 때까지 재외동포에게 책을 보내려는 손 이사장은 ‘책 보내기 운동 20주년 기념’으로 오는 10월 9일 한글날에 세종대왕의 높은 뜻을 알리는 세계한글독후감대회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또 충북 보은군의 훈민정음 공원에서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을 선정하는 한
마당행사도 계획하고 있다(해동협☎02-3442-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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