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합법 노조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해 10월 전교조가 조합원 자격이 없는 9명의 해직교사들을 제외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와 만세를 외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7년이 지난 2020년 9월 3일 대법원은 전교조에 대한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무효라고 밝힘에 따라 법외노조 통보 제도 자체도 무효로 봄에 따라 이 제도의 대폭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대법원은 이날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보아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에 근거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다"고 밝혔다.

전교조에 대한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법외노조 통보 제도 자체가 무효라는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노조법 제2조 4항은 노조가 해고자를 포함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 경우 등에 해당할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노조법 시행령 제9조는 설립 신고증을 받은 노조에 설립 신고서 반려 사유가 생기면 행정 관청은 시정을 요구하고 노조가 불응하면 법외노조 통보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 두 조항은 전교조를 규율하는 교원노조법에도 적용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것은 이들 조항에 따른 조치다.

법외노조가 되면 단체협약 체결뿐 아니라 노동 쟁의 조정 신청,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등 노조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조세 면제 혜택도 못 받고 노조 명칭도 사용할 수 없다.

문제는 법외노조 통보 제도가 노조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음에도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이날 대법원 다수 의견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상 근거 또는 법률의 위임 없이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법률유보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률유보 원칙은 행정권이 법률에 근거를 두고 행사돼야 한다는 원칙을 가리킨다.

대법원 다수 의견은 법외노조 통보 제도가 1987년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 명령 제도'와 실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고 봤다.

노조 해산 명령 제도는 정부가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위법 사항이 있는 노조를 해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외노조 통보 제도의 위법 소지는 전문가들도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도 지난해 4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권고안에서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한 시행령 조항의 삭제를 제안했다.

노동부는 이날 대법원 판단에 따라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의 직권 취소에 착수할 작정임을 밝혔다.

법외노조 통보가 취소되면 전교조는 바로 지위가 회복돼 노조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법외노조 통보 취소 절차에는 많은 시일이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동부는 법외노조 통보 제도 자체에 대한 입장은 언급하지 않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취소와는 달리 제도 자체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는 법리적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법외노조 제도가 없어질 경우 위법 소지가 있는 노조의 활동 차단이 막히는 것을 우려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대법원 판단에 대한 논평에서 "정부는 적법한 노조 설립 신고 이후 결격 사유가 발생한 불법 노조에 대한 행정 조치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입법적 보완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무효로 본 대법원의 판단은 노동권을 확대하는 정부 기조와도 맥을 같이한다.

노동존중사회를 국정과제로 내건 문재인 정부는 노조 결성의 자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함께 노조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등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들 법은 국제노동기준에 비춰 노조 결성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ILO도 여러 차례 법 개정을 권고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은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법 개정을 올해 안으로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 총선으로 여소야대 국회가 구성되면서 비준안과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나 ILO 핵심협약 비준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인 제1야당 국민의힘(구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향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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