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의 사랑제일교회 명도집행이 세 번째 무산된 가운데 그동안 강제철거 입장을 고수해온 조합 측이 협상 가능성을 내비췄다.
 
▲ 사랑제일교회 (사진제공=연합뉴스)

30일 재개발조합장 장모씨는 지난 26일 3차 강제집행이 중단된 직후 조합원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달하지 못해서 죄송하다. 차후 집행이든 협상이든 최선을 다해 처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총회에서 선출된 뒤 "100번이고 철거를 시도할 것"이라고 공언해온 조합장 측이 `협상'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장씨는 "(교회와) 대화 용의가 있다. 싸우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며 "들어보고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면 서로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화염병까지 동원하는 등 사랑제일교회 측 반발이 예상보다 거센 데다 서울시의 지침상 동절기인 12∼2월에는 명도집행이 어려워진 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철거 보상금이나 `대토'(기존 토지 소유자에게 재개발 사업으로 조성한 토지를 제공하는 보상 방식) 등을 둘러싼 시각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종전 재개발조합 집행부는 교회 측과 기존 현금 청산액(84억원)에 추가 보상금(64억원)·임시 예배당 지원비(9억원) 등 157억원에 교회 면적만큼의 토지 2천591㎡(약 785평)를 보상하는 합의안을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장씨 등 새 집행부는 이 같은 보상이 과도하다며 합의안을 지난달 총회에서 부결시켰다. 장씨는 "교회가 현재 법원에 공탁된 84억원만 받고 나갈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게 협상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교회 측 법률 대리인은 "`157억원+대토'라는 기존 합의안에서 출발하는 게 맞다"면서도 "협상 의지를 보인 것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개발조합과 교회의 소송이 진행 중인데, 양측 간 협상이 진행된다면 재판부가 조정에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명도집행을 잘 아는 관계자는 "교회는 철거에 대한 저항이 심한데 사랑제일교회는 정치적 이슈까지 겹쳐 결속력이 강하다"며 "합의의 틀을 만들기가 쉽지 않겠지만, 대치 장기화가 재개발사업에서 손해라는 점에서 협상은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장위10구역은 주민 대부분이 이주를 마쳤으나 한복판에 있는 사랑제일교회와의 마찰로 아파트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부동산 권리자인 재개발조합은 올해 명도소송 1심에서 승소한 뒤 지난 6월과 이달 26일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교회와의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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