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오름세에다 우대금리 축소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처지에 놓였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 등에 의해 전반적으로 시장 금리가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신용대출 규제를 위한 우대금리 축소의 악재로 소비자들의 체감 은행 대출금리도 반년 만에 크게는 0.6%포인트(p)나 뛰었다.

 
 ▲최근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오름세에다 우대금리 축소로 소위 '영끌'과 '빚투'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처지에 놓였다. ⓒ데일리굿뉴스

이에 따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등 투자를 위해 은행 빚을 졌거나 질 예정인 소비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뿐 아니라 서민 대상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의 금리도 기준인 국고채 5년물 금리와 함께 뛰면서 저소득층 실수요 대출자들도 금리 상승 압박을 서서히 체감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지난 2월 25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59∼3.65% 수준이다.

이는 '1%대' 신용대출 금리가 등장했던 지난해 7월 말의 1.99∼3.51%와 비교해 하단이 0.6%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이 시점은 같은 해 3∼5월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방어 차원에서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1.25→0.50%)나 크게 낮춘 뒤 은행 대출 금리에도 저금리 기조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던 때였다.

신용대출 금리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반등하는 추세다. 4대 은행의 25일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코픽스 연동)는 연 2.34∼3.95%다. 역시 작년 7월 말(2.25∼3.95%)보다 최저 금리가 0.09%포인트 올랐다.

우선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채 6개월·1년물 등 금융채 단기물 금리를 지표(기준)로 삼는다. 따라서 6개월 사이 0.6%포인트나 뛴 데는 기본적으로 이들 금융채 금리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고채 10년물 등 장기 금리가 경기 개선이나 인플레이션 기대 등을 반영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설 만큼 꽤 올랐다. 단기물의 경우도 상승 폭이 장기물만큼은 아니지만, 오름세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용대출 지표금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작년 7월 말 0.761%에서 지난 26일 현재 0.856%로 반년 만에 0.095%포인트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경우 주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따른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은행권이 2월에 적용한 코픽스(1월 기준)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0.86%로, 작년 7월의 0.81%보다 0.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코픽스에 반영되는 수신 금리 종류에는 은행채 등의 금리도 포함되는 만큼 역시 시장 금리 상승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코픽스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기 예금 금리이고, 이 금리는 은행권의 자금 수급 환경과 경쟁 등에 크게 좌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픽스 금리 요소를 분해하면 70∼80%가 정기 예금 금리고, 정기 예금 금리는 은행 간 예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 은행들이 정책적으로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따라서 최근 인터넷전문은행과 전통 은행 간 경쟁 등도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중평균)는 2.6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2.59%)보다 0.04%포인트 오른 것이다. 이 상승폭은 2019년 11월(0.09%p) 이후 최대 기록이다.

보금자리론 금리가 2.15%에서 2.25%로 0.1%포인트 인상된 영향이 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금리 상승에 대해 "기준으로 삼는 국고채 5년물 금리가 최근 크게 올라 보금자리론 금리도 불가피하게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대출 금리 오름세는 신규 차주(돈 빌리는 사람)뿐 아니라 이미 대출을 받은 기존 차주들에게도 부담 일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도 약정에 따라 3개월, 6개월 단위로 현시점의 기준금리를 적용받는 경우가 많다"며 "신용대출로 2억 원을 빌렸는데 금리가 0.5%포인트 올랐다면, 연간으로는 100만 원이나 이자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신용대출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진 데는 증시 정체 등뿐 아니라 금리 상승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김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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