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총연합 기관통합준비위원회가 회의를 열고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 측 교계 연합기관을 통합하려던 시도가 무산될 위기다. 앞서 수차례 되풀이한 기관 통합 시도가 이번에도 실패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주목된다.

이번 통합은 한교연 측이 지난 2일 임시총회를 열고 기관 간 통합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난관에 부딪혔다.

한교연은 "임시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한기총이 회복한 후에 통합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한기총 내 이단 시비가 있던 교회가 소속돼 있는 점도 통합 논의에 걸림돌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교연 측은 보수 교단 통합인 만큼 한교총과 한기총 내에 소속된 일부 진보 교단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교총에서는 10월 31일 통합을 고수하면서 한기총과 한교연의 의견 조율에 나섰다. 이를 위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고영기 사무총장과 예장 백석 증경총회장 양병희 목사를 대화 위원으로 위촉했다.

하지만 통합 시도를 바라보는 교계 시각은 이합집산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예전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지금의 체제를 갖춘 것은 2017년이다. 진보를 대변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보수 진영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으로 나뉘어 있다가 한국교회총연합이 가세했다.

당시 한교총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기총과 한교연을 통합하고, 한국교회의 '빅 텐트'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출범 이후 한기총·한교연 통합 논의도 진전을 보였다.

통합이 가시권에 접어든 듯했지만, 이단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한교연은 한기총에 다락방 류광수 목사가 소속된 예장개혁 교단을 탈퇴시키라고 요구했지만, 한기총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교총은 한기총·한교연 통합이 이뤄지지 않자, 한교연과 먼저 통합을 추진했다. 당시만 해도 8월창립총회를 열고, 새 이름 ‘한국기독교연합회(한기연)’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번에는 대표 자리가 걸림돌이 됐다. 공동대표회장직을 놓고 한교총과 한교연은 이견을 보였다. 한교총은 현직 총회장이 공동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교연은 현직 대표회장은 바쁘니 총회장을 지낸 인사로 세우자고 맞섰다. '자리다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결국 통합은 무산됐다.

이듬해에도 한교총과 한교연, 한기총은 통합을 재추진했다. 한기총은 교회 분열을 한기총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에 반발했고, 한교총과 한교연은 통합 총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고용 승계 등 실무 합의를 하지 못하면서 통합이 불발됐다.

이처럼 연합기관의 분열은 ‘한국교회 대표성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현장예배 중단 등 한국교회가 위기를 겪고 있지만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해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단체'를 묻는 말에 목회자 39%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연합 기구가 필요 없다'는 의견도 12.8%나 됐다.

최근 통합 논의에 대해 교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특히 한국교회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없어 일일이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라 통합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석대 이상구 교수는 “교계가 한 목소리를 내려면 통합이 돼야 한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영성과 인격, 도덕성을 지닌 영향력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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