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의 '키맨'으로 잘 알려진 고영태 씨의 비극적인 가족사가 고은 시인의 대표작 <만인보>에 소개된 사실이 알려져 이슈가 되고 있다.ⓒ연합뉴스

최순실 국정농단의 '키맨'으로 잘 알려진 고영태 씨의 비극적인 가족사가 고은 시인의 대표작 <만인보>에 소개된 사실이 알려져 이슈가 되고 있다.

<만인보>는 고은 시인이 1986년부터 2010년까지 4001편의 시를 30권으로 엮은 연작시다. 시에는 고향사람들을 추억하는 애용과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인물까지 총 5600여 명의 스토리가 담겨져 있다.

고영태 씨는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던 중 군인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며 "어머니가 며칠 동안 찾아다닌 끝에 광주교도소 안에 버려져 있던 아버지의 시신을 찾았다"고 말한 바 있다.

고씨의 가족사는 <만인보 단상 3353-고규석>, <만인보 단상 3355-이숙자> 편에 등장한다. 고은 시인은 고씨 아버지 고규석씨의 사망과 시신 수습 과정을 이렇게 기록했다.

"하필이면/ 5월 21일/ 광주에 볼일 보러 가/ 영 돌아올 줄 몰랐지/ 마누라 이숙자가/ 아들딸 다섯 놔두고/ 찾으러 나섰지/ 전남대 병원/ 조선대 병원/ (…)/ 그렇게 열흘을/ 넋 나간 채/ 넋 잃은 채/ 헤집고 다녔지/ 이윽고/ 광주교도소 암매장터/ 그 흙구덩이 속에서/ 짓이겨진 남편의 썩은 얼굴 나왔지/ (…)/ 다섯 아이 어쩌라고/ 이렇게 누워만 있소 속 없는 양반"

시인은 고 씨의 어머니인 이숙자 씨가 자녀들을 어렵게 키워 막내아들인 고 씨를 펜싱선수로 키워낸 과정도 기록했다.

"고규석의 마누라 살려고 나섰다/ (…)/ 광주 변두리에/ 방 한 칸 얻었다/ 여섯 가구가/ 수도꼭지 하나로/ 물 받는 집/ 방 한 칸 얻었다/ 망월동 묘역 관리소 잡부로 채용되었다// 그동안 딸 셋 시집갔다/ 막내놈 그놈은/ 펜싱 선수로/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 걸고 돌아왔다// 늙어버린 가슴에 남편 얼굴/ 희끄무레 새겨져 해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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