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성지순례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에서 외교대사로 있었던 박동순 장로. 40여 년의 외교관 생활을 마친 후, 14년에 걸쳐 번역 성경을 집필해 눈길을 끈다. 트렌드한 백팩을 메고 나타나 강단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신앙으로 풀어내는 열정 앞에 84세란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해 보였다.
 
 ▲40여 년의 외교관 생활을 마친 박동순 장로가 14년에 걸쳐 번역 성경을 집필했다.ⓒ데일리굿뉴스

꿈에도 성경 나와…"의심하지 말라는 음성 들려주셨죠"
 

1999년 6월 40여 년의 외교관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박동순 장로(온누리교회)는 한국으로 돌아와 말씀 묵상에 집중했다. 어려운 구절이 나올 때면 하나님의 말씀을 더 알고 싶어 영어 성경이나 주석을 참고하며 읽었다. 그럴 때마다 '어려운 용어를 풀어서 설명해주고, 말하는 화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하는 우리말 성경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수천 년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 의해 기록됐지만, 모두 하나님으로 부터 영감을 받아 기록된 것입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아닌지 가르쳐주는 성경을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저와 같이 다른 사람들도 성경을 읽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장로는 성경 읽기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영어권 국가의 사람들은 수십여 개 버전의 영어성경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지만, 한글 버전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최근 20여 년 사이 미국에서만 20여 개의 새로운 버전의 성경이 출간됐습니다. 우리나라와 대조적이죠. 사람들이 쉽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 성경 버전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박동순 장로는 성경 번역을 시작했다. 요지는 사람들이 그의 말 그대로 '누구나 읽고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성경'이다. 성경 이름은 <현대 한국어 버전(영문: Modern Korean Version, MKV)>으로 정했다. 
 
박 장로는 아메리칸 킹 제임스 버전(AKJV) 성경을 모태로 최대한 말씀에서 벗어나지 않게 번역하기 위해 힘썼다. 말씀 한 구절을 번역하는데 몇 시간이 걸린 적도 많았다. 여러 번 읽어도 어려운 구절은 기도로 구하며 번역했다. 외교관 시절 요르단 강이나 갈릴리 호수를 실제로 본 것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너무나 힘들 땐 도와달라고 하나님 앞에 기도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이 지혜를 주셨습니다. 성경을 드라마화해 말씀 구절 앞에 화자를 분명히 할 수 있도록 해설자, 모세, 하나님과 같이 말하는 사람을 명시했습니다. 또한, 성경 66권의 각 책마다 해당 말씀의 개요를 설명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말씀을 빨간색으로 인쇄한 것도 특징이며, 주석도 첨가했습니다."
 
박 장로는 성경을 번역하느라 사람들 만나는 시간도 아끼고, 일정도 최소화하며 14년을 매진했다고 말했다. 꿈에 성경 구절이 나온 것은 다반사였다.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은 없다', '부활, 의심하지 말게!'와 같은 음성을 듣기도 했다. 사람과의 관계는 소원해졌을지라도 하나님과의 관계는 더 돈독해졌다.
 
"성경을 번역하면서 제 삶에 생긴 변화는 일상에서 하나님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길을 걸어가면서, 운전을 하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하나님 저 오늘 이런 일이 있었어요', '오늘은 날이 참 춥네요'와 같이 사소한 일까지도 하나님과 나누게 됐습니다."
 
이렇게 14년 간 성경 번역을 마친 박동순 장로는 다음 계획을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 매사에 하나님과 동행하길 소망하는 그에게서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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