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무슬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는 관광객 편의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시내 주요 관광지에 '무슬림 기도실'을 조성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는데, 기독교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오는 5~6월 시내 관광지 2~3곳에 무슬림 기도실을 시범 조성해 이르면 올 여름부터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사진제공=연합뉴스)


서울시, 이르면 올 여름부터 운영
 
서울시가 최근 예산 2억 원을 들여 오는 5~6월 시내 관광지 2~3곳에 무슬림 기도실을 시범 조성해 이르면 올 여름부터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무슬림 기도실을 최소 6.6㎡(2평) 이상의 규모로 교리에 맞춰 기도실을 분리 설치하는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다.
 
또 세족실과 냉·난방기, 내·외부 장식, 가림막 등을 설치하고 내부에는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을 둘 예정이다. 특히 메카 방향을 가리키는 표시인 ‘키블라’를 설치해 무슬림 관광객의 편의를 돕는다는 계획이다.
 
시가 이처럼 '무슬림 인프라 조성'에 직접 나서게 된 것은,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 K팝 등 한류 바람이 불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 유입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을 방문한 무슬림 관광객은 전년(74만 861명)대비 33% 증가한 총 98만5천858명으로, 전체 방한 관광객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4년 5.3%, 2015년 5.6%, 2016년 5.7%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기호를 충족 시킬 무슬림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바로 국내 무슬림 기도실은 총 78곳이다. 이중 서울 시내에만 14곳의 무슬림 기도실이 운영 중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관광객 편의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시 예산을 투입해 특정 종교만을 위한 종교시설을 제공한다는 것은 종교 편향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국내 무슬림 관광객이 늘어났다 해도 무슬림들이 한국을 찾는 목적은 자신들의 종교적 행위를 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 아님이 자명하다"며 "무슬림 기도실 설치는 다종교국가인 우리나라 사정과 맞지 않는 것이다. 주요 종교 모두를 아우르는 종교 시설을 공동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종교 별로 각각 모두 종교 시설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검토 중일뿐...." 답변 
 
이에 대해 서울시는 며칠 전 언론을 통해 밝힌 추진 계획과는 다르게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관광사업과 박노정 팀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종교적인 접근이 아닌 관광객 편의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예산이 편성돼 검토 중인 사항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고, 현재 다각도로 검토하며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일 뿐"이라며 "차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 여부를 두고 한 번 고민 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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