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개헌안을 공식적으로 발의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국민을 위한 개헌이라는 찬사를 보냈고, 다른 일각에서는 여성을 위한 기본권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야당을 비롯한 이해 관계자의 갑론을박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개헌이 확정되면 어떠한 기본권이 강화되고 신설되는지 짚어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개헌안을 공식적으로 발의한 가운데, 개헌이 확정되면 어떠한 기본권이 강화되고 신설되는지 짚어봤다.


생명권·안전권·차별개선 등 기본권 강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국무회의를 열고 전문(前文)과 11개 장 137조 및 부칙으로 구성된 개헌안을 공식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국민의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국가 선언,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 도입, 토지공개념 강화 등이다.
 
특히 생명권, 안전권 등 '기본권'이 상당히 강화됐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기본권 각 조항에서 '국민'으로 표기됐던 용어를 '사람'으로 표기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제2장을 살펴보면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기본권 △ 학문·예술의 자유 등 국가를 떠나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성격의 기본권에 대해 그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개헌이 확정되면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이주자, 외국인, 무국적자, 망명자들도 헌법에 의해 기본권을 보장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직업의 자유 △재산권 보장 △교육권 △일할 권리 △사회보장권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와 국가안보와 관련된 권리에 대하여는 그 주체를 ‘국민’으로 했다.
 
선거권, 공무담임권, 참정권과 관련해서는 법률에 따른 기본권 형성 범위를 축소함으로써 해당 기본권 보장을 강화했다.
 
기본권 제12조에는 '생명권'이 신설됐다. '모든 사람은 생명권을 가지며, 신체와 정신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이 포함돼 국민의 생명 보호와 관련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존엄사, 안락사, 입양법 등이 논의될 때 주요 안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권'은 제37조에 포함됐다. 제37조 1항에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과 2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국가의 국민보호 의무를 강조했다.
 
개헌이 확정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정보기본권'도 신설된다. 이는 제22조 1항 '모든 국민은 알 권리를 가진다'와 2항 '모든 사람은 자신에 관한 정보를 보호받고 그 처리에 관하여 통제할 권리를 가진다', 3항 '국가는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를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에 드러나 있다.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도 신설됐다. 제45조 2항의 국민소환제는 '국민은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다. 소환의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로 표기됐다.
 
제56조에 나타난 국민발안제도 '국민은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다'는 주권자인 국민의 권한을 확대하는 조항이다. 촛불혁명에서 나타난 직접민주주의 의지를 제도화하려는 의지가 담겼다.
 
'성별·장애 등 차별개선노력 의무'도 신설됐다. '사회안전망 구축'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도 강화됐다. 어린이, 청소년, 노인,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중 받아야 하며, 마땅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과 이중배상금지 조항은 삭제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주최하는 '대통령 발의 헌법 개정안에 관한 긴급 좌담회'가 3일 오후 7시 서울시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강의실에서 열렸다.ⓒ데일리굿뉴스


10년 넘은 文 개헌사…여성계는 울분
 
이와 관련해 교계에서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정병오·배종석·정현구, 이하 기윤실)이 최근 '대통령 발의 헌법 개정안에 관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는 문 대통령 헌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살펴보고,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한동대학교 법학과 이국운 교수는 이번 개헌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춰진 개헌"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문 대통령의 개헌사(史)는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 당시부터 시작됐다"며 "개헌 의지가 최근에 생긴 것이 아니라 10년은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소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개헌과 관련된 쟁점마다 국민들의 의견 수렴도 여러 가지 형태로 많이 됐다"고 밝혔다.
 
반면 여성들을 위한 개헌이 미흡하다는 불만의 소리도 나왔다. 같은 날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권수현 부대표는 여성 단체의 일원으로서 개헌 내용을 보고 상당히 침울했다고 말했다.
 
권 부대표는 "헌법의 전문을 보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지향 가치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국민 중심 개헌을 강조했는데, 그 고민 속에 여성은 없는 것 같다"면서 "미투 혁명이 계속되는 시점에서 한국 사회가 바꿔야 하는 문제 중 하나가 성차별이다. 이런 부분을 해소해야 하는 의지가 나타나는 내용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동물보호 조항도 추가된 상황에서, 헌법은 가능한 간결해야 한다는 원칙이 왜 하필 여성들이 주장하는 내용에만 적용됐나 싶다. 헌법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성보다 못한 어린이나 노인처럼 시혜의 테두리로 보는 것 자체가 여성계를 분노하게 한다"라고 전했다.
 
3월 26일 발의된 개헌안이 통과되기 위해 국회는 헌법 조항에 따라 '발의 60일 이내'인 5월 24일까지 대통령 개헌안의 가부(可否)를 의결해야 한다. 국회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게 되면 대통령 개헌안이 공포되는 3번째 사례가 된다. 이번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3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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