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해고승무원 인터뷰 "고통받는 노동자 희망 되길"

최상경(cs_kyoung@goodtv.co.kr)

등록일:2018-07-24 15: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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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로 돌려놓는 데 무려 12년 2개월의 세월이 걸렸다.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으로 꼽혀온 KTX해고승무원 사태가 극적으로 해결됐다.
 
차디찬 거리로 내쫓겨 고통스러운 복직투쟁을 벌이다 보니, 20대 중반이던 그녀들의 나이는 어느덧 40대를 바라보게 됐다. 이토록 지난했던 투쟁사는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정리해고라는 근로자들의 어두운 현실을 수면위로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거머진 이들의 승리는 공동체 갈등 해결의 좋은 선례를 남기며 더 큰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그간 노조를 지켜온 정미정 총무 실장에게서 현재 소회를 직접 들어봤다.     
 
 ▲지난 2006년 해고된 KTX 승무원들의 복직이 확정된 가운데 노조 임원인 정미정 실장에게서 지금의 소회를 직접 들어봤다.   

간절했던 지난 순간들…"드디어 일터로 돌아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역 내에서 열린 '천막농성 해단식', KTX 해고승무원들은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야 했다. 본지가 이들을 직접 만난 건 지난해 겨울이었다. 그때만해도 서울역 한 켠에서 기도회를 갖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선 일종의 간절함이 느껴졌었다.
 
이 간절함이 작용한 덕분일까. 지난 2006년 해고돼 복직 투쟁을 벌여온 KTX 승무원들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정규직으로 복직하게 됐다. 지난 9일부터 전국철도노동조합과 코레일이 수차례 해고자 복직 교섭을 갖고, 21일 이처럼 합의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노조를 지켜온 정미정 상황실장은 이 결정에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복직 교섭 후 합의됐을 당시의 심정을 전해왔다. 전화기 넘어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되려 담담함이 풍겨졌다.
 
정 실장은 "모든 게 결정되기까지 힘든 과정이었다"며 "확실하게 약속 받은 부분이 없기 때문에 교섭을 진행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뒤엎어 질까 우려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극적인 합의가 타결되며 해고승무원들의 복직이 가시화됐다. 그는 "막상 해결이 되고 나니까 그제서야 지난 시간들이 한 순간에 스쳐지나 가더라. 교섭을 끝내고 천막으로 내려왔을 때, 밤새 천막을 지킨 6명의 조합원들이 먼저 보였는데,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고 떠올렸다.     
 
"아직도 투쟁 중인 노동자들…희망이 됐으면 한다"

 KTX 승무원 해고 사태는 공기업이 시행한 최초의 대규모 정리해고였다. 12년 전, 승무원들은 KTX 개통과 함께 '지상의 스튜어디스'라는 부푼 꿈을 안고 입사한 터였다. 당시 이들은 철도청(현 코레일) 자회사에 위탁 계약직으로 준공무원 대우와 정규직 전환을 약속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2년의 계약기간이 끝나자 또 다른 자회사의 계약직으로 재계약을 강요 받았고, 승무원들이 이를 거부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코레일은 이들을 전원 해고했다. 이후 해고승무원들은 서울역 앞 천막 농성과 단식 농성, 철탑 고공농성 등을 전개하며 험난한 싸움을 이어왔다.
 
상황은 법원행정처가 2015년 작성한 재판거래 의혹문건이 나오면서 반전됐다. 사법부와 청와대 간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고 해고승무원들은 다시 농성을 전개했다. 반전된 분위기는 이번 교섭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달 들어 코레일 노사가 적극적으로 교섭에 임했고, 그 결과 180명의 해고승무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가게 됐다.
 
그럼에도 해고승무원들의 잃어버린 12년 세월을 돌려놓기 위한 과제는 여전히 남은 상태다. 우선 이들이 원하는 대로 원래의 승무 업무를 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막상 돌아가서 일을 해봐야 알겠지만, 아직 우리의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면서 "그래서 마음 한 켠이 무겁다. 아직 '재판거래'의 진상도 규명되지 않고 있는데, 모든 일이 밝혀질 때까지 계속해서 마음을 모을 것"이라고 전했다.
 
"꿈을 놓지 못하는 간절함이 기다림의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마흔, 아니 오십이 되도 열차에 오를 순간을 꿈꾼다" 지난 인터뷰 당시, 기자에게 들려준 이들의 메시지다. 12년이 넘는 싸움을 끝내는 지금, 이들은 다시 철로 위를 달리는 순간을 꿈꾸며 아직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또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할 것을 약속했다.
 
끝으로 감사의 마음을 건넨 정미정 실장은 "기독교를 포함해 종교계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기도해주신 덕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그 고마움을 무엇으로 보상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불합리한 상황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많다. 이번 합의가 이분들의 희망이 됐으면 좋겠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연대하며 받은 것 이상으로 더 돌려드리고자 노력하겠다"는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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