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 종교개혁을 단행했던 개혁주의자들의 구호다. 이 말은 교회가 특별하게 '개혁된' 때가 있었음을 전제한다. 종교개혁 기념일은 교회가 말씀과 믿음으로 '개혁된' 때를 기억하는 날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한 지 1년이 지났다. 한국교회는 새로운 개혁, 자기 깨어짐의 변혁이 진행되고 있을까. '종교개혁 500주년'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이에 본지는 한국교회가 개혁해야 할 과제로 '세습', '혐오와 배제', '신학교육의 위기' 등을 총세 차례에 걸쳐 기획 연재한다.
 
 ▲한국교회의 세습 문제는 혈연을 중심으로 한 '돈'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위클리굿뉴스

 
부의 대물림 '세습'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며 축제 분위기였던 한국 교회. 하지만 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일어났다. 등록 교인 수 10만 명, 연간 재정 35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교회인 명성교회가 부자세습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주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위임식이 진행됐기에 한국교회가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 장로회 통합교단은 담임목사의 배우자와 직계존속은 후임 담임목사가 될 수 없도록 하는 '세습금지법'이 존재했지만, 초대형 교회의 밀어붙이기식 세습 강행에 '교단법'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교권에 대한 세습은 종교개혁을 촉발한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중세의 가톨릭교회는 독신 제도를 두고 있었지만, 부패한 사제들은 공공연히 아내를 두고 자신의 자녀들에게 성직을 물려주곤 했다. 자신들의 성스러운 직임을 감당하기 위해 이런 일들을 저질렀던 것일까.

핵심은 예나 지금이나 '돈'이었다. 당대에 큰문제였던 '면죄부' 판매 권한, 교회재정 관리는 고위 성직자의 몫이었다. 이들은 교회 내 '이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무리 하면서까지 성직을 세습했다.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구와 성직은 가족 사업의 하나였다.

한국교회의 세습 문제도 결국 그 중심에는 혈연을 중심으로 한 '돈'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자끄 엘륄은 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부는 유혹이다. 부 자체는 악이 아니라 유혹이다…부는 타락의 기회다." 지금 한국교회는 이 유혹 앞에 휘청거리고 있다.
 
명성교회 이전에 세습 논란이 있었던 충현교회, 금란교회, 왕성교회는 전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큰 교회와 단체로 엄청난 재정 규모를 가진 곳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비단 대형교회뿐 아니라 중소형 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지 규모의 차이일 뿐이다. 결국, 그 안에는 교회를 가족의 사업으로 이해하는 빈약한 교회론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세습을 강행한 크고 작은 교회들이 '공(公)교회성'을 믿는다면 교회 세습을 강행할 수있었을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의 배덕만 교수는 "사회는 교회 세습을 종교적 타락의 명백한 증상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일반 사회에서도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세습을 '반칙'으로 본다. 한국사회의 재벌 2·3세나 북한의 부자 3대 세습을 부도덕한 것으로 여긴다. 세상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특혜를 독점하려는 시도를 타락으로 간주한다. 이 타락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엄연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면죄부와 세습의 핵심인 돈. 하나님 나라일을 하는데 돈이 정말 많이 필요할까? 사도 베드로는 "은과 금은 없거니와 주예수의 이름으로 걸으라(사도행전 3:6)"했건만 한국교회는 물질의 힘으로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
 
예수가 다시 오셔서 한국교회에 묻는다면 교회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세습을 강행한 교회들은 예수께 어떤 대답을 기대하고 있을까.
(위클리굿뉴스 10월 28일, 45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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