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식 목사.ⓒ데일리굿뉴스
최근에 1997년에 있었던 IMF 상황을 영화화한 <국가 부도의 날>을 관람했다. 영화는1997년도의 실상을 아주 담담하게 담았다.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위정자들의 무능력과 소신민들의 절망과 그리고 그 틈에서 부를 축적하는 이들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국가 부도의 사태를 맞았지만 여전히 부를 축적하는 인간 군상들은 여전했다. 오직 국가만 믿고 따라갔던 순진한 백성들만 피해를 당했다.

영화의 백미는 국가의 속임수에 절대 속지 않는다는 이들의 몸부림이었다. 아무도 믿지 말고 오직 네 자신만 믿으라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외침과 한번 당하지 두 번 다시 당하지 않는다는 말은 우리 시대를 참으로 씁쓸하게 만들었다.

영화의 엔딩은 위기는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깨어 있어서 상황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의심하고 의심하라는 것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사회에서 살아나는 길은 깨어서 의심하는 것이라는 말은 더더욱 슬프게 다가왔다. 신뢰할 수 없는 공동체는 어쩌면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1997년은 지나갔다. 하지만 그 영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 시대의 만연된 비정규직의 모습은 바로 IMF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IMF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오직 개인의 풍요와 만족만을 위해 사는 파편화된 개체만 존재하게 됐다. 서로를 의심하는 사회는 야만의 사회다. 거기에는 정글의 법칙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는 오래 가지 못한다. 지금 우리는 누구의 잘못에 대해 권면도 못하는 사회가 돼 버렸다. 오직 존재하는 것은 자기가 속한 진영에서 서로를 향해 저주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실제적 야만이다. 그러다보니 분노가 조절되지 않는 현상들은 자주 목격한다.

그나마 법에라도 정의를 기대했는데 이제 그 법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렇게 되면 법보다 주먹이 빠르다는 무법의 세상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렇게 한 번 삐뚤어진 사회는 음주 운전자가 모는 차와 같다. 어디로 갈지 누구를 해할지 아무도 모른다. 참으로 끔찍한 현실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교회가 너무나 소중하다. 교회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듣고 배우는 곳이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공동체성이 핵심이다. 왜냐하면 교회는 삼위 하나님의 명령으로 세워졌기 때문이다. 삼위 하나님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이 바로 교회다.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교회는 세상이 가야 하는 곳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교회는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를 알려주는 근원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길을 잃어버리면 세상은 점점 더 험악한 사회로 바뀌게 된다.

가슴 아프지만 부조리한 사회는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선지자적 현실주의자로 기꺼이 이 세상의 부조리를 외쳐야 한다. 그리고 절망적 낙관주의자로 현실을 살아야 한다. 지금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하나님의 마지막 심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이 땅의 삶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땅은 하나님의 뜻을 실현시키는 장소일 뿐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자들이다.

교회는 바로 이 사실을 분명하고 확고하게 가르쳐야 한다. 교회가 바로 세워지는 일에 모두가 한 마음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사와 직분자 그리고 모든 성도들이 성경의 가르침을 풍성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성경을 가르치지 않고, 지식적인 신앙은 참된 신앙이 아니라고 말하는 교회는 거짓 교회다. 그러한 교회는 개혁시키든지 떠나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누구를 위해 사는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바울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하라’고 했다. 우리 시대는 더욱더 하나님의 영광을 깊이 있게 묵상하고 알아야 할 시기다. 삼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 때 우리는 사회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다.

이 사회의 아픔은 우리의 아픔이다. 슬픈 사회를 회복시키는 일은 교회가 회개하고 깨어 있어서 삼위 하나님의 뜻을 보여주는 것이다. 거기에 소망이 있다. 바로 이것이 교회가 할 일이다. 그러기에 교회가 욕먹고 있지만 여전히 교회를 사랑하고 세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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