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들어섰지만 반려동물과 공생하는 데 필수적인 개인의 인식수준이나 사회적 시스템은 아직 미비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드러났다. 국내 대표적 동물 구호 단체인 케어가 구조 동물을 무분별하게 안락사시켰다는 의혹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2015년부터 200여 마리가 넘는 동물을 안락사시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케어는 안락사 사실을 은폐하며 후원금을 모았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안락사 없이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단체인 것처럼 알려서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후원금을 받아놓고, 사실은 수없이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컸다. 아직 사실규명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반려동물 문제에 관한 논의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국내 대표적 동물 구호 단체인 케어가 구조 동물을 무분별하게 안락사시킨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관리체계 정비 필요성 제기

반려동물을 끝까지 돌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해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유기견은 날이 갈수록 증가해 지난해는 10만여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이 유기동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를 모두 관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보호소들의 입장이다. 실제 법으로도 정당한 과정을 거친 안락사는 허용하고 있다. 안락사를 논의하기 이전에, 유기동물의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사회적으로는 반려동물에 대한 개인의 인식개선은 물론 유기동물을 윤리적으로 관리하는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민간 보호단체와 사설보호소에 의존하기 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유기동물 수용과 입양 등을 관리하게끔 관리체계를 정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케어 사례가 보여주듯 개별적인 판단에 맡겨 안락사 등을 시행하는 경우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미흡한 반려견 정책…'펫티켓'도 요구돼

반려견 인구가 급증하면서 정부차원에서도 상황에 걸맞은 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 학대나 유기 등을 막기 위해 올 3월부터는 반려동물 소유주의 관리 책임을 더 강화한 동물보호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동물로 인한 소송도 이전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동물 학대나 유기 등으로 검찰이 수사한 사건은 3배 이상 급증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에 달하는 데다 지난해 2월 동물보호법의 처벌 규정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접수된 사건은 555건이었다. 12월치가 빠졌는데도 5년 전보다 3.3배나 늘었다. 2013년에는 같은 유형의 사건이 165건 접수됐고, 같은 기간 검찰 기소도 70건에서 163건으로 2.3배 증가했다.      

이번 '케어' 사건으로 사설동물보호소 관리에 관한 제도권 편입 추진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미 지난달부터 정부는 사설보호소와 관련한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다음달에는 사설보호소 업계와 직접 만나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동물의 임의 도살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그러나 반려견 정책이나 시설이 애견 인구 급증에 뒤따르지 못한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동물에 대한 정책이나 동물보호전담기구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예컨대 영국은 195년 전인 1822년에 이미 동물복지법을 통과시켰고, 독일의 경우 1990년에 '동물이 물건이 아니다'는 조문을 민법에 명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02년에는 헌법에까지 동물 보호를 규정했다.

특히 반려동물 관리체계의 부실한 점검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많다. 2018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통계에 따르면 반려견의 경우 2014년 등록제가 도입됐으나, 추정 개체 수 662만 마리의 20% 수준인 115만 마리만 등록돼 있다. 올 3월부터 동물 등록제 강화와 맹견 소유주에 대한 책임 확대 등 개정된 동물보호법 및 시행령이 시행되는 만큼 철저한 이행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일상에서의 개 물림 사고나 소음·배설물 피해, 이웃 간 다툼, 공공장소 에티켓 부족, 동물 학대나 불법 진료 등의 부작용도 해결 과제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만들고 처벌을 강화해도 모두가 '펫티켓(펫+에티켓, 반려동물을 키울 때의 예절)'을 지키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명희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반려동물 소유주의 책임을 강화하거나 시설관리 체계를 개선하는 등 제도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펫티켓 같은 예절문화를 정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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