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약사범이 잇따르면서 '우리나라는 마약에 안전하다'는 인식에 금이 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마약은 재벌가나 유명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명 방송인은 물론 평범한 일반인까지 마약이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마약청정국' 위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마약사범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일반인까지 마약을 구할 수 있는 '유통환경'이 조성되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온라인 마약 유통, '청정국'은 옛말 
 

마약 범죄가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버닝썬 사건에서 '물뽕' 등이 유통돼온 클럽의 실태가 드러났고, 대기업·재벌가 3세가 연루된 마약사범 적발에 이어 유명 방송인 하일(로버트 할리) 씨가 필로폰 투약 혐의로 체포되면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
 
연예인이나 부유층 자제의 마약 투약 사건은 과거에도 드물지 않게 발생해왔지만, 최근 불거진 사건의 행태는 마약이 우리 사회에 횡행하고 있음을 가늠케 해 심각성이 더 큰 상황이다.

특히 하일 씨의 경우 마약 구입 경로가 인터넷으로 밝혀져 문제를 샀다. 온라인에서 거래가 이뤄졌고 불과 수십 만원으로 필로폰을 손쉽게 손에 넣은 것이다. 더불어 재벌 3세가 복용한 대마액상은 SNS를 통해 유통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의 마약 확산이 심상치 않음이 드러났다.  
 
단순 통계 상으로도 마약류사범은 증가하는 추세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검거된 마약류사범은 2015년 1만 1,916명을 기록한 이후 매년 1만 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마약류 범죄(대마·마약·향정신성의약품)로 단속된 사범은 1만 2,613명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14년 마약사범 9,984명보다 26.3% 증가한 수치다. 또 통상 인구 10만 명 당 마약사범 수 20명 미만을 청정국으로 인정하는데, 한국은 지난해 24명을 기록하면서 사실상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은 셈이 됐다.
 
이런 추이는 인터넷·SNS 광고 등 온라인 거래의 확산에서 기인했다고 수사 당국은 보고 있다. 대검은 마약사범 증가에 관해 "인터넷·SNS 등을 이용해 기존 마약 전과가 있는 마약류 사범뿐만 아니라 마약을 접한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도 국내외 마약류 공급자들과 쉽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마약류를 소비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최근 일련의 사건을 통해, 전문가들도 일반인까지 마약을 구할 수 있는 '유통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실제로 마약 거래는 유튜브나 채팅앱, 인터넷 카페는 물론 딥웹(숨겨진 인터넷 사이트)과 트위터 등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상황이다.
 
일례로 2017년 9월에는 부산 주택가의 한 상가건물에서 전문적인 대마재배시설을 갖추고 다량의 대마를 재배한 뒤 딥웹에서 비트코인 결제로 대마를 판매한 일당 4명이 구속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필로폰 제조방법을 습득해 집이나 작업실에서 제조시설을 갖춰놓고 필로폰을 만들다 적발된 사례도 최근 몇 년 새 여러 건 존재한다.

그런가 하면 일부 해외 국가에서 대마류가 합법화되면서 국제 우편 등을 통해 밀반입을 시도하는 예도 늘고 있다. 해외에서 대마 등 마약류를 접한 경험이 있는 젊은층 사이서 클럽파티용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마약 밀반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이 유통경로가 확산됨에 따라 마약 근절을 위한 정부차원의 강력한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마약범죄학회 전경수 회장은 "국내 유통되는 마약의 90%가 치명적 화학물질로 만든 필로폰임을 고려하면 마약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국회가 나서 마약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 기구를 구성하는 등 단속부터 중독자 재활치료, 수감 중인 마약 범죄자에 대한 교정정책 개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게 하는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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