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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이·미용봉사활동 당시의 김진묵 씨.ⓒ데일리굿뉴스

“1996년에 통신병으로 군복무를 시작하면서 이발 기술을 익히게 됐고 그것이 오늘의 이발봉사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군복무 당시 받은 주요 임무 중 하나가 동기들의 머리를 깎아주는 것이었죠. 얼떨결에 이발기로 동기들의 머리를 깎아줬는데 계급이 올라가면서 경험이 쌓이고 실력도 늘게 되자 동기들은 휴가 나가기 전에 늘 저를 찾아왔죠.”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김진묵 씨(42·시니어 프로페셔널)의 이발봉사 인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삼성전자 입사 후 군대에 갔던 김진묵 씨는 전역 후 업무에 복귀했고, 1999년 ‘사랑손 동호회’를 만들었다.

“삼성전자 사회공헌부서 부장께서 군대에서 이발해 본 경험자를 공고한 적이 있어 지원했고 이를 계기로 사랑손 동호회가 결성됐지요. 저는 처음 창단멤버이면서 전체적인 운영진으로 주도적으로 봉사팀을 이끌고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봉사활동도 단순히 노력봉사만 이 아닌 뭔가 전문적인 봉사 활동을 해보자는 의견개진이 있었고 그 결과 이·미용만 전문적으로 하는 봉사팀을 만들게 됐습니다.”

김 씨를 비롯한 동호회원들은 매주 둘째, 셋째 주에는 경기도 용인 아리실복지원을, 넷째 주에는 세광정신요양원을 각각 찾는다. 이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 대접 등 다른 봉사활동도 한다. 직장생활로 늘 피곤에 절어있으면서도 묵묵히 봉사활동을 하는 남편을 위해 부인도 함께 따라나섰다.

“제가 처음 봉사를 시작하고 아들이 태어났는데 주말마다 봉사를 가다보니 가족이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해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함께하게 됐죠. 자연스럽게 아내는 양로원에서 음식 만드는 일을 도와주고, 저는 이발을 하고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께 노래불러주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봉사로 이어졌습니다.”

2004년에 귀여운 꼬마로 아빠의 봉사활동에 동참했던 아들은 어느새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 이렇게 봉사활동에 나선 것이 어느새 20년이 넘었다. 지난 20년간 4,600여명의 이발을 도왔다는 ‘이발 달인’ 김 씨는 자신의 머리도 집에서 직접 깎는다.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고난도의 '투블록 컷'을 시도했다.

김 씨가 속한 사랑손 동호회의 활동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해외봉사로까지 이어졌다. 회사차원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 한해 해외봉사의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지를 다니며 이발 봉사는 물론, 타고난 손재주 덕분에 집 고쳐주기 및 장판 깔아주기 등의 봉사도 도맡았다. 또 요양원과 같은 봉사현장에서는 단팥빵 등을 만들어 노인들을 대접했다.

현재 하는 이·미용봉사는 물론 제빵봉사를 계속할 것이라는 김진묵 씨는 “은퇴한 뒤 노후에 귀촌계획을 잡고 있다. 손재주가 많은 장점을 살려 농기계 수리나, 전기 등 생활주변의 잔 고장문제로 불편을 겪는 노인들을 도와주는 도우미 센터를 운영하고 싶다”며 자신을 이어 많은 사람들이 전문봉사활동을 이어가기를 바랐다.
 
 ▲세광정신요양원 간식으로 단팥빵을 만든 봉사 당시 모습.ⓒ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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