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여성들의 성을 착취한 n번방 사건이 세간의 분노를 불러 일으키는 가운데, 여성들의 성을 착취하는 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이 성범죄 외에도 간 큰 사기 행각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조 씨는 3월 25일 아침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을 나오며 아무도 예상 못한 발언으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는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경찰청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조씨 같은 성 착취물 제작·유포자는 물론이고 '박사방' 등에서 성 착취 영상을 본 사람까지 추적하고 있다.

조 씨의 돌발 발언에 각종 추측이 난무할 조짐이 보이자 경찰은 곧바로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 내용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이름이 거론된 이들이 성 착취물을 봤거나 ('박사방'에) 가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경찰 해명 이후 조 씨의 구체적인 사기 행각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프리랜서 기자 김웅 씨가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에 대한 공갈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손 사장은 이날 자신을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자 "'김 씨로부터 손 사장과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해달라는 사주를 받았다'며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해온 조 씨의 거짓말에 속아 조 씨의 금품 요구에 응한 사실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사장이 조씨한테 건넨 금액의 액수는 확인되지 않았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을 상대로 벌인 조 씨의 사기는 이보다 더 황당하다.

조 씨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사칭범에게 속아 공천 대가성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던 윤 전 시장에게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돕겠다"고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시장 측 관계자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텔레그램으로 접근한 '최 실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

'최 실장'은 "JTBC에 출연해 억울함을 해명하는 기회를 갖자"며 윤 전 시장을 서울로 불러 JTBC 방송국을 함께 찾아갔다. 윤 전 시장은 '최 실장'과 손 사장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봤다고 한다.

'최 실장'은 윤 전 시장에게 "조만간 인터뷰 약속을 잡자"고 했지만, 출연 날짜는 잡히지 않았다. 윤 전 시장은 활동비를 요구하는 '최 실장'에게 돈을 건넸다.

'최 실장'은 조 씨의 조종을 받은 제3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조 씨는 '박사방'을 운영하기 전 텔레그램에서 마약·총기를 판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개인방송을 하는 기자에게 접근해 정치인의 정보를 넘기겠다며 돈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이 사건이 프리랜서 기자 김웅 씨와 연관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 씨가 평소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유력 정치인·연예인 등과 친분이 있다고 과시했다는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사회 경험이 전무한 20대 중반의 조 씨가 유명 인사인 손 사장, 윤 전 시장 등의 텔레그램 계정을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구속 기간 만료가 임박해 조 씨의 신병을 이날 검찰에 넘겼지만, 그의 각종 혐의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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