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죽음 앞에 자구책 고민
산소발생기 외교행낭 첫 제안


코로나 환자가 폭증한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약 2,000만 명, 세계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달 코로나 사태로 별세한 동료를 지켜보면서 심각성을 인지한 전인도선교사협의회(이하 전선협) 측은 산소호흡기를 대책으로 떠올렸고, 한국 선교기관과 교회와 협력해 현지로 들여오는 방법을 찾았다. 외교부의 ‘외교행낭’ 승인을 통한 방법이다. 전선협 측은 델리에 들어온 6대 산소발생기를 선교사와 현지인의 치료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주인도한국대사관은 외교행낭 편으로 도착한 14대 산소발생기를 수령, 재인도한인회 등에 전달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Q: 산소발생기를 외교행낭으로 들여오게 된 과정은?
A: 코로나19를 앓던 동료 선교사가 인도에서 응급실 병상을 구하지 못 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구책을 고민했다. 의료기 업체에 문의를 해 산소통, 산소실린더를 알아보다 산소통은 배송이 어려워 포기하고, 산소발생기를 구입해 들여오기로 했다. 기기 구입과 운송비를 감당하는 일은 지구촌교회(담임 최성은 목사), 양촌제일교회(담임 조봉수 목사), 새삶교회(담임 안귀모 목사) 등의 도움이 컸다.

코로나19 상황이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신속한 통관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 도움을 요청했고, ‘외교행낭’을 알게 됐다. 이 소식을 한인회에도 공유했다. 외교부는 교민들을 위해 외교행낭을 허가했다. 이후 4월 30일 총 6대의 산소발생기를 델리에 있는 현지 대사관에서 수령했다. 총영사관이 있는 뭄바이와 첸나이에도 산소발생기가 3대씩 추가로 보내질 예정이다.

Q: 현재 산소발생기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A: 산소발생기로 비상시에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인 선교사는 물론 현지인들이 치료에 도움을 받고 있다. 전선협은 델리에 온 6대 산소발생기 중 2대는 현지인 사역자를 위해 사용하기로 정했다. 현지인들은 10L의 산소공급을 받기 위해 하루 5시간을 땡볕에 꼬박 줄을 선다. 산소발생기의 도움을 받은 한 현지인은 “산소치료 걱정이 없어졌는데, 이것만 생각해도 다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숨쉬기가 힘들었던 선교사들도 치료에 도움을 받고 있다.

Q: 인도 현지상황은 얼마나 심각한가?
A: ‘대위기’다. 의료체계가 붕괴됐다. 델리 현지 신문은 4월 말 현재 델리 안에 있는 병원의 산소 보유량이 7~12시간 내 끝난다는 보도를 했다. 비공식적으로 들은 내용인데, 인도 한 부처의 서열 3위인 고위직 인사도 델리 내 병원에 입원을 못 해서 멀리 떨어진 다른 도시에서 치료를 받고 있단 얘기가 나왔다. 치료용 장비도 동이 났고, 산소를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산소통 가격이 천 배까지 뛰는 품귀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Q: 선교사들은 코로나를 어떻게 견디고 있나?
A: 여러 가정이 코로나19를 앓았고, 지금도 앓고 있다. 대부분 한국 내과의사에게 조언을 구해 코로나 초기에 먹으면 좋은 약을 현지에서 구입해 먹고 있다. 일가족 3명은 12일 동안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안 잡혀 고통이 심했다.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여 선교사는 옆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목격하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미각이 상실되고, 관절에 통증을 호소하는 선교사도 있었다. 심각한 분들 중에는 산소포화도가 88%로 떨어져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찬 상태인 분, 폐가 망가지고 간수치가 높아져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분도 있다.

Q: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A: 선교지와 전문의, 상담사를 연결해주는 원격 상담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를 앓는 선교사들은 상당한 고립감을 느낀다. 입맛이 없고 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운데 ‘이러다 내가 죽겠구나’란 절망감까지 든다. 이런 분들에게 원격 화상 방식으로 의료나 심리 상담을 지원한다면 정서적, 심리적인 면에서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Q: 선교사를 위한 공통 기도제목이 있는가?
A: 한국 교회가 믿음 안에서 더욱 든든히 서 세계 선교 사역을 놓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 먼저, 선교사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 부탁드린다. 또 남아 있는 선교사들이 현지인을 존중하며 인내로 결실을 맺는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비자발적으로 일시 귀국한 선교사들은 재배치, 재정착을 통해 선교사명을 끝까지 감당하길 손모아 달라. 또 인도 내에서 사회 주류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 모델들이 나오도록 기도부탁드린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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