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정부는 신성약품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유통 과정에서 냉장 온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았다는 신고를 받아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22일 오후 경기 김포시 고촌읍에 위치한 신성약품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상온에 일부 물량이 노출돼 올해 독감 백신 무료 접종 계획이 일시 중단된 가운데 조달 계약업체로 파악된 '신성약품'이 올해 처음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 계약을 딴 것으로 확인됐다.

신성약품은 냉장차에서 냉장차로 백신을 옮겨 싣는 배분 작업을 야외에서 진행하면서 차 문을 열어두거나 백신 제품을 판자 위에 일정 시간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업계에서는 올해 조달 입찰이 지연되면서 이 업체가 냉장유통(콜드체인) 준비를 충분히 못한 상태로 계약을 체결한 데다 백신 배송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상온 노출 문제가 빚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보건당국과 백신 제조사 등은 22일 신성약품이 올해 처음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백신 조달 업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그간 백신을 조달했던 업체들이 '입찰방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바람에 제조사로부터 백신 공급 확약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사정이 생겼고, 제조사 대부분으로부터 확약을 받은 신성약품이 당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계약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약품이 조달한 총 1천259만 도즈(1회 접종분) 중 현재 상온 노출로 문제가 된 물량은 500만 도즈로 이미 의료기관에 배송된 상태다.

질병관리청은 이 업체가 제조사로부터 백신을 받아 보건소와 병원에 배송하는 과정에서 일부 물량을 상온에 노출했다는 신고를 받고 국가접종사업을 일시 중단했다.

백신은 일정한 냉장 온도에서 배송·보관되지 않으면 품질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온도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창고에서 분배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 업체가 고용한 일부 배송 기사들은 공터 등에 모여 백신을 분배하면서 냉장차의 문을 한참 열어두거나, 판자 위에 박스를 쌓아두고 확인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과거 백신을 다룬 경험이 있었던 몇몇 배송 기사의 지적으로 처음 외부에 알려졌고, 질병관리청은 전날 오후에 관련 신고를 받은 것을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백신이 배송 과정에서 일정 시간 상온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배송 규정에도 냉장차에서 물건을 꺼내 내용물과 물량을 확인한 후 다시 냉동차에 넣게 돼 있는데, 이 작업은 신속히 이뤄져야 하고 방치 상태로 상온에 오래 남아있으면 안 된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신성약품이 제품의 냉장 온도를 부실하게 관리한 것은 큰 과실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 조달 입찰이 여러 번 유찰되면서 사업이 신속히 진행되지 않아 배송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성약품이 공급한 백신을 수거해 안정성·안전성을 확인하고 사용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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