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애국심을 자극하는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의 영화를 만든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가라앉히려는 노력이었던 드러났다.
1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영화계 등에 따르면 CJ는 박근혜 정부 초반, 대통령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와 관련한 정권의 압박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검찰조사에서는 2013년 7월 조원동 당시 경제수석이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일각에서는 CJ가 자사의 케이블 방송 채널에서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관람 후 눈물을 흘린 영화 '광해'를 배급한 것 등으로 현 정권의 미움을 샀다는 얘기가 풍문처럼 돌았다.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1월 27일 손경식 회장과의 첫 독대 자리에서 'CJ의 영화나 방송이 좌파 성향을 보인다'고 불만을 표했고, 손 회장은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제가 모두 정리했다. 앞으로 방향이 바뀔 것이다"라고 대통령에게 사정했고, "'명량'과 같이 국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화도 제작한다"고 해명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CJ가 영화를 잘 만드는 소양이 있으니 방향을 바꿔 잘 해 준다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부터 CJ의 박근혜 정권 '코드 맞추기'가 본격화했다.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정책홍보성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냈고, CJ CGV에서는 영화 시작 전 '3분 공익광고'를 시작한 시기였다.
명량에 이어 거액을 투자해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과 같이 애국심에 호소하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도 연이어 선보였다.
2015년 2월에는 한류문화복합단지인 K-컬쳐밸리 사업의 투자계획을 본격화했는데, 이러한 CJ의 바뀐 모습에 박 대통령의 냉랭한 태도도 풀어졌다.
박 대통령은 손 회장 독대 두 달 뒤인 2015년 1월 말 파독 광부, 간호사, 이산가족들과 함께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고,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작년 8월에는 6·25 전쟁 때 한국 해군 첩보부대의 이면 활약을 다룬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다.
조카 이재현 CJ 회장이 구속수감된 데 이어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는 엄혹한 상황을 지켜본 손 회장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문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생산하라고 주문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CJ가 영화 제작과 방송을 주요 사업으로 뒀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CJ 길들이기'는 헌법이 보장한 언론·출판의 자유 또는 학문·예술의 자유를 위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