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학교복음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지난 1992년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로부터 시작해 2014년 12월 병동을 오픈하고 본격적인 병실 호스피스를 시작했다. 오픈 이래 4년 안 되는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와 가족, 지역민의 신뢰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고신대복음병원 호스피스. 임호섭 센터장은 이러한 성장배경엔 병원 설립 이념인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이 있다고 말한다.
영원한 안식 위한 안내자
고신대복음병원 호스피스병동 센터팀에게 호스피스는 돌봄과 섬김 그리고 사랑이다. 그들은 환자와 가족을 향한 사명과 죽음에 대한 가치가 없으면 호스피스병동에서 오래 버틸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래서일까 호스피스병동 센터팀에는 자발적으로 지원해 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올해 취임한 임 센터장도 마찬가지다.
임 센터장은 30대 무렵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고 한다. 때마침 염창환 교수(前 서울성모병원 완화의학과 임상과장)의 연락을 받고 그는 서울로 향했다. 염 교수를 만난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대체의학인 줄 알고 갔는데 호스피스였어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죠." 그러나 이후 더 놀라운 일이 생겼다. 원치 않게 오게 된 호스피스에서 점점 변화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처음엔 어려웠죠. 사람이 없어서 잠도 못자고 새벽까지 일하는 게 부지기수였거든요. 너무 힘이 든데 이상하게 보람 있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감사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오히려 제가 많은 것을 얻었죠. 결국 호스피스가 저의 길이라고 확신하게 됐어요. 하나님의 이끄심이라고 생각해요. 제게 이 일을 맡기신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웃음)"
호스피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갈 길 멀어
최근 죽음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웰 다잉(Well Dying)’이 부각되면서, 한국사회에서 오랫동안 터부시됐던 죽음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인 측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임 센터장도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실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은 의료진도 마찬가지예요. 호스피스를 시작하려면 환자분의 의식이 명료해야 하고 몇 개월의 여명이 남아있어야 해요. 그래야 삶을 정리할 여유가 있거든요. 그것이 호스피스의 목적이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환자가 굉장히 안 좋은 상황에서 의뢰를 받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되면 호스피스를 시작할 수 없어 많이 안타깝죠."
임 센터장은 먼저 한국사회의 호스피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의료계와 언론 등이 호스피스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호스피스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환자 중에서 암에 대한 치료를 놓치면 안 되는 환자가 있다"면서 "반대로 의미 없는 치료를 유지하면서 호스피스의 기회마저 놓치는 환자도 없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
호스피스병동에서는 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한 번씩 진행되는 원예, 미술, 음악 요법과 자원봉사자를 통한 침상목욕, 세발, 아로마 테라피, 손발 마사지, 찜질 등은 환자들에게 호응이 좋다. 또 가족사진 촬영과 생일, 결혼기념일 등의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임 센터장은 "궁극적으로 '영혼 구원' 측면 이 부분에 초점을 더 두고 있다. 환자들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지 함께 기도하고,영접 예배, 세례식 등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총 23명의 환자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다고 말했다. 현재 호스피스병동에서는 2주에 한 번씩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지난달부터는 마지막 주 목요일마다 원목실 주관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저희는 신앙을 베이스로 합니다. 육체적인 돌봄도 중요하지만 영적인 돌봄도 중요하거든요."
죽음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고도 한다. 죽음 앞에 설 때 비로소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센터장과 호스피스병동은 환자들이 죽음이란 거울을 잘 비춰보며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 짓고, 또 다른 시작인 영원한 안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임 센터장은 마태복음 25장 40절 말씀을 마음에 새겨 주님께 하듯 환자와 가족들을 섬기겠다고 밝혔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