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39년 만에 아일랜드를 방문했다. 아일랜드에서 열린 세계가정대회를  찾은 교황은 방문 기간 가톨릭 교회 내 성폭력을 방치하고 외면한 성직자 문제에 대해 거듭 사죄했다. 그런가 하면 일정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기자회견에서는 교황의 동성애 관련 발언이 문제가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5~26일 2틀 간의 아일랜드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면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동성애 어린이 관련 발언, 비난의 화살 받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5~26일 2틀 간 아일랜드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면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교황은 동성애와 관련한 질문에 "동성애 기질을 지닌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를 비난하거나 그들의 성적 지향을 무시하면 안된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녀가 어릴 적 동성애 특징을 보일 때, 정신과 도움을 받아보라"고 제안했는데 이는 이탈리아 동성애자 단체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그런가 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에 전용기 편으로 도착했다. 곧바로 더블린성으로 이동한 교황은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와 면담했다.
 
피해자 만나 위로, 가톨릭 내부부패와 은폐를 '인분'에 비유
 
그 뒤 교황은 더블린 성 세인트 패트릭 홀에서 "가톨릭교회 구성원이 젊은이를 보호하고 교육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인 학대를 했다"면서 가톨릭 아동 성추문 사건을 인정했다.
 
이어 교황은 더블린에 있는 교황청대사관에서 성직자들에게 성학대를 받은 피해자 8명을 90분 간 만나 위로와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이 날 만남에 참석한 아일랜드 단체 '어머니와 아기 가정 생존자 연합'(CMABS) 관계자 2명은 "교황이 피해자들과의 면담에서 가톨릭 내부의 부패와 추문 은폐를 '인분'(caca)에 비유하며 비난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카카'(caca)는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에서 사람의 배설물을 의미하는데, 흔히 어린 아기를 가진 엄마들이 사용하는 '응가'란 의미로 쓰인다.
 
 ▲교황은 미국  워싱턴DC 교구를 담당해 온 테오도르 美 맥캐릭 추기경의 성범죄 사건 등 다른 지역 성폭력 스캔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려 하지 않았다.

 
미사에서도 가톨릭 내 성폭력 사죄
 
다음 날(26일) 아침 아일랜드 서부 녹 성지(Knock Shrine)에서 교황은 4만5000명의 신자 앞에서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잇단 성직자 성폭력 추문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교황은 "죄와 추문, 많은 가족이 가톨릭 교인들이 느꼈던 배신감에 대해 하나님 앞에서 용서를 구한다"면서 "진실과 정의를 찾기 위해 확고하고도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말했다.
 
저녁에는 더블린 피닉스 파크에 50만 명이 운집한 세계가정대회 미사에서 사죄하는 심경으로 사과했다.
 
CBN 뉴스에 따르면 교황은 "가톨릭교회가 수년 동안 고통 당한 많은 어린이들과 여성을 연민의 마음으로 대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정의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맹세했다.
 
美추기경 성범죄 은폐 의혹에는 침묵
 
행사에는 최소 10만, 최대 30만 가량의 인파가 모여 1979년 요한 바오로 2세 방문 시 운집한 100만 명과 비교했을 때 적은 인구가 모였다. 가톨릭 교회에 동성애를 인정하고, 성폭력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교황은 미국  워싱턴DC 교구를 담당해 온 테오도르 美 맥캐릭 추기경의 성범죄 사건 등 다른 지역 성폭력 스캔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려 하지 않았다.
 
미국 주재 바티칸 대사를 지난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는 가톨릭 보수 매체들에 보낸 서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3년 이미 맥캐릭 추기경의 성범죄 의혹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은폐해 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교황은 "문서를 주의 깊게 읽고, 여러분 스스로 판단하길 바란다"면서 "거기에 대해선 한 마디도 않겠다"라고 이 같은 은폐 주장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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