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규 작가가 6년 만에 완성한 <만화 천로역정>. 만화가 최철규 집사는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도 않고, 누구나 알만한 유명 만화작가도 아니지만, 오랜 시간 하나님만 붙들며 자비량으로 탈고를 마쳤다.
 
재정, 건강 등 모든 삶의 영역을 하나님께 맡기며 작품에 혼신의 힘을 쏟은 최 작가. 그런데 한 때 그가 성인만화계에서 알아주는 성인 만화작가였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그는 죽음이란 문 앞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 새 삶을 살고 있다. 하나님으로 인해 인생의 대전환점을 맞이하고, 기독만화가라는 좁디 좁은 길을 걷고 있는 최 작가의 신앙고백을 들어봤다. 
 
 ▲<만화 천로역정>의 최철규 만화가의 사택이자 작업실 경기도 용인에서 최 작가를 직접 만나 그의 신앙이야기를 들었다.ⓒ데일리굿뉴스

 죽음 앞에서 붙든 것…'성경'
 
"병이 고쳐져서 예수님을 만난 것이 아닙니다. 성경을 통해 말씀 속에서 예수님을 만난 겁니다."
 
모태신앙인 최철규 작가는 고등학교 졸업 후 1991년 이현세 작가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성인만화계의 '톱'이 되겠다는 포부로 교회와는 먼 삶을 살았다. 그러던 중 그는 죽음이 예정된 폐 질환에 걸리고 말았다.
 
"의사는 제게 결국 죽는 병에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기흉이란 판정을 받았는데 상태가 안좋아져서 농흉으로 바뀐다고 하더군요. 오른쪽 폐가 이미 썩어 염증 때문에 녹아 내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폐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했죠."
 
최 작가는 그 때 당시 40일 간 병원에 입원 해 있던 모습은 사람이 아니라 해골이었다고 회상했다. 썩어가는 장기를 떼어내기 위해 대수술을 앞두고 그가 붙든 것은 '성경말씀'이었다.
 
그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은 이미 내려놓은 상태였다. 성경을 읽으면서 천국 갈 확신이 없는 자신을 불쌍히 여겨 달라고 하나님께 울부짖었다.
 
"고린도후서 13장 5절 말씀을 읽는데 "믿음으로 너희 자신을 확증하라"는 말씀에 내가 하나님의 자녀가 맞는지, 내가 당장 죽는다면 천국에 갈 수 있을지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믿는 믿음을 달라고 기도했어요."
 
그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무심하게 느껴질 만큼 최 작가의 증상은 악화됐다. 쉴 새 없이 나오는 기침에 피고름이 섞여 나왔고, 어느 순간 그는 쓰러져 버렸다.
 
최악을 맛 본 순간 기적적으로 그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경험했다. 수술실을 들어가기 직전 찍은 엑스레이 결과에서 그의 폐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파랬던 입술에 혈색이 돌아오고, 산소호흡기 없이도 숨 쉴 수 있으며, 흐리멍덩했던 눈에도 총기가 돌아왔다. 정상으로 돌아온 그의 모습에 20년 차 흉부외과 의사도 믿지 못했다고 최 작가는 말했다.
 
"병동에 있는 환자들 중 제 상태가 제일 안 좋았는데, 이런 일이 생겨 의사들도 처음에 믿지 못했어요. 의심스러워 며칠 더 경과를 지켜보기 까지 했죠. 한 의사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분이었는데, 제가 나은 것을 보고 '하나님이 고쳐주신 것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교회에 다녀보겠다고 얘기할 정도였습니다."
 
  ▲최철규 작가의 <만화 천로역정>은 올 해 연말 즈음 만나볼 수 있다.ⓒ데일리굿뉴스

 고난 속에서 은혜로 그린 천로역정
 
이를 계기로 그는 하나님만 따르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을 하겠다고 고백한 그는 제일 먼저 성인만화를 그만 뒀다.
 
최 작가는 학습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만화천로역정 단행본을 만들고 싶은 마음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 그는 어릴 적 생모가 읽던 천로역정 책 속에 있는 삽화를 따라 그렸다.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성경책과 천로역정을 손에서 떼지 않던 어머니 영향이 큰 듯 했다.
 
결국 그는 이현세 작가의 만화삼국지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면서도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천로역정 콘티를 짜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만화천로역정과 인연을 맺었지만, 작품을 준비하는 시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재정적으로도 여의치 않아 힘겨웠던 그는 집까지 팔면서 만화를 그렸다.
 
"교회학교 초등부 교사를 했을 때, 찬양 '내게 있는 향유 옥합 주께 가져와...입 맞추고 깨트립니다'를 불렀습니다. 내게 있는 것 조차 하나님께 드리는 것을 인색해 했던 제 자신을 보게 되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리고서는 전세방을 깨기로 했어요."
 
너무 오랫동안 수작업으로 그림을 그린 탓에 그는 손 까지 망가졌다. 검지 인대가 파열 돼 1년 간 손가락을 쓰면 안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최 작가는 이 때 하나님을 향한 원망이 극에 달했다고 고백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하는 일인데도 이런 일이 왜 닥치는 것인지 원망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그 때 마치 버림 받았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천로역정 '백 번' 읽고 만화 완성
 
그러나 1년이라는 '쉼'은 최 작가에게 값진 시간이었다. 수작업만 고집해왔던 그는 디지털 장비로 작업환경을 바꾸었고, 천로역정을 무려 백 번 이상 읽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더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초석이 되고 기술적으로도 향상된 시간이었다며 그는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하나님은 내게 더 좋은 것을 주시려는 분임을 깨달았습니다. 애초 짜 놓은 천로역정 콘티를 다듬으면서 스토리를 탄탄하게 했어요. 무엇보다 이야기를 은혜로 풀어갈 수 있게 됐고, 신앙이 더 견고해질 수 있었습니다. 장비를 바꾸고 나니 그림 그리기도 훨씬 수월해졌고요."
 
그는 스승 이현세 작가나 성인만화계에서 여전히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19금 빨간 책이 아닌, 예수님 보혈의 피가 떨어지는 책을 만들겠다는 결단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있다. 6년 넘게 믿음의 외길을 지키며 완성한 그의 <만화 천로역정>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책은 올 해 연말 즈음 만나 볼 수 있다. 최 작가는 만화지만 중고등학생 및 성인을 독자층으로 염두했다고 전했다. 또 "진정한 예수님과의 관계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아버지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오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인생이 무엇인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이들에게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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