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습을 넘어 재난이 되다…조혼으로 시름하는 잠비아

GOODTV 특별기획 - 희망의 복음을 기다리는 땅, 잠비아를 가다(1)

김민정(atcenjin@naver.com)

등록일:2018-09-21 18: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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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쪽에 자리하고 있는 나라 잠비아. 흔히들 잠비아 하면 빅토리아 폭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감비아’와 혼동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짐바브웨, 앙골라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잠비아는 기독교인이 약 75%를 차지하는 공식적인 기독교 국가다.

하지만 잠비아는 지금 오래된 악습으로 시름하고 있다. 조혼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통이라는 명분 아래 여성의 존엄성이 처참히 짓밟히고 있다. 잠비아의 조혼문화는 여성의 인권 문제를 넘어 빈곤의 대물림, 가정파괴로 이어지며 ‘국가의 재난’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월드비전과 국민일보, 서울 광림교회와 함께 지난 9월 10~14일 잠비아를 찾아 조혼문화의 실태를 살펴봤다. GOODTV 특별기획 <희망의 복음을 기다리는 땅, 잠비아를 가다>에서는 잠비아 조혼문화의 현황과 대안을 2편에 걸쳐 보도한다.

 
▲조혼여성 는수비샤(왼쪽 끝)의 가족을 위해 서울 광림교회 김정석 목사가 손을 잡고 기도를 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가난 때문에 결혼 ‘내몰리는’ 소녀들
남편 학대 시달려…육아
·생계 이중고

주로 아프리카와 같은 빈곤국이나 이슬람권에서 행해지는 조혼의 배경은 전통, 종교, 혼전임신에 대한 사회적 낙인, 특유의 가족문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슬람권의 경우 무슬림의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어 조혼이 흔하게 일어난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분쟁국가는 여성을 사고팔아 분쟁을 해결하는 ‘바드(badd)’의 영향으로 조혼 문제가 심각하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조혼풍습은 고구려의 데릴사위제와 민며느리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고려시대 원나라를 위해 시행됐던 공녀제도, 조선시대 왕실간택 문제 등으로 조혼이 확산됐다. 그러나 1894년 갑오개혁 때 법으로 금지됐다.

잠비아의 경우는 오래된 풍습이기도 하지만 ‘가난’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식구들의 입을 하나라도 덜기 위해 예비신랑으로부터 지참금을 받고 어린 딸을 시집 보내는 것이다. 돈 때문에 어린 딸을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보내는 일도 허다하다.

“13살에 38살 남편과 결혼했어요. 첫째 아이를 낳을 무렵 남편이 두 번째 부인을 집에 데려왔고, 두 번째 아이를 낳을 무렵엔 세 번째 아내가 집에 들어왔어요. 남편은 제게 폭력을 행사했고 생활비도 주지 않았어요. 내 결혼생활은 너무 모욕적이었고 악몽 그 자체였어요.”

지난 12일 잠비아 음파시 지역에 살고 있는 물야타(20)는 현재 할머니 집에서 아들 럭키(7), 딸 루시(2)와 함께 살고 있다. 결혼생활 중에도 아이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수 차례 할머니 집으로 도망쳤지만, 할머니는 “나도 널 거둘 수 없다. 결혼생활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며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물야타는 결국 할머니 집으로 도망쳤고, 아이들과 함께 힘든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물야타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는수비샤(18)의 상황도 참담했다. 11개월된 아들(모요)을 두고 있는 그 역시 할머니와 살고 있다. 12살 남동생(뭄폴로라)은 에이즈 보균자로 투병 중이다. 문란한 성생활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에이즈는 조혼과 더불어 잠비아의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1년 전 결혼한 그는 남편의 잦은 폭력에 최근 할머니 집으로 도망쳐 나왔다. 어머니는 에이즈로 사망했고, 아버지는 그 후 집을 나가 소식을 알 수 없다. 무엇 때문인지 울며 보채는 어린 아들을 품에 안은 그의 눈은 갈 곳을 잃은 듯 보였다.

어머니로 인해 태어날 때부터 에이즈 보균자가 된 뭄폴로라는 고통스럽게 죽어간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보건소에 에이즈 약을 타러가는 것을 친구들도 알아서 어울려 놀 수가 없다. 사실 몸이 좋지 않아 놀 힘도 없다”며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이런 현실이 멈추지 않는다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김정석 목사가 물야타(오른쪽 끝)의 집을 방문, 딸 루시를 보며 웃고 있다ⓒ데일리굿뉴스

18세 미만 조혼율 31%…산모생명 위험
가난의 대물림
·에이즈 확산 등 ‘악순환’

잠비아에서 18세 미만의 여성이 조혼을 하는 비율은 전체의 31%에 달한다. 조혼을 한 15~19세 소녀 가운데 28.5%가 출산을 경험한다. 조혼여성의 상당수가 출산으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고 있으며 일부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13세 미만의 여성들이 출산을 할 경우, 자녀를 제대로 돌볼 수가 없는 환경이다 보니 영아 사망률도 증가하게 된다.

조혼은 한 여성의 삶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잠비아 여성부 옥실리아 뷔페 퐁가 차관에게 직접 들어본 조혼 실태는 매우 심각했다.

“조혼은 또 다른 조혼의 확산을 불러올 뿐 아니라 가난의 대물림, 에이즈 확산, 가정폭력으로 인한 가정파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조혼여성들이 어쩔 수 없이 학업을 중단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현상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퐁가 차관은 “여성들이 중등 및 고등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가정의 빈곤, 자녀의 영양상태, 가족의 질병율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국가 전체가 나서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광림교회 김정석 목사는 “내 자녀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겠는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 상상도 못할 일들이 여기선 현실 그 자체”라며 “조혼은 인신매매와도 같은 것이다. 어린 나이에 아기를 낳고 남편에게 학대를 당한다는 것은 한 여성의 존엄성이 박탈당하는 비극이다. 하루속히 근절되도록 전 세계가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가난한 시골사회에서 전통, 풍습이라는 명분 안에 묵인됐던 조혼문화의 폐해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더 나아가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그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조혼으로 인해 고통 받는 수많은 여성들의 신음소리를,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치부해선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옥실리아 뷔페 퐁가 잠비아 여성부 차관은 "조혼은 가난의 대물림, 에이즈, 가정파괴로 이어진다"며 "국가 전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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