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자녀 수)이 지난해 역대 최저인 1.05명까지 떨어진 데 이어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97명을 기록했다. 분기 출산율이 1.0명 밑으로 떨어진 건 사상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본격적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출산율 0명대 국가'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8년 2분기 합계출산율이 0.97명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출산율이 0명대에 들어섰다.(사진제공=연합뉴스)

캥거루족 키우는 韓·日 부모들의 책임감…'둘째 계획' 포기하는 원인

선진국 대부분이 산업화와 함께 출산율이 하락하다가 사회발전 수준이 일정 단계에 도달하면 다시 출산율이 반등하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된다. 
 
결혼·취업·가족 문제를 연구해온 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에서 출산율이 회복되지 않는 이유는 부모들이 자식에 대해 특유의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야마다 교수는 "한·일 부모는 '내 자식은 절대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자녀가 좋은 대학, 괜찮은 직장에 가고 결혼할 때까지 부모가 최대한 서포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즉 자식에 대한 강한 책임감 때문에 '자식 낳는 것'을 '평생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선택'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에선 부모가 다 큰 자녀를 데리고 살거나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자녀가 남들 보기에 번듯한 대학, 직장, 배우자를 구할 때까지 부모는 자기 일처럼 물심양면 아끼지 않고 돕는다. 하나라도 도와주면 자녀가 더 잘될 것 같은 마음에서다. 

반면 서구 사회는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한다. 자녀의 인생은 자녀의 삶이지 부모가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란 인식이 보편적이다. 성인이 되면 집을 나와 독립해 부족한 생활비를 알아서 버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정부가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이런 전통적 인식들을 고려해, 국가가 부모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내 자식은 내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가치관이 사회와 국가가 함께 책임진다는 인식으로 변해야 저출산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정책' 프랑스·'남성 육아휴직' 스웨덴…"학부모 위주 보육정책 펴야"

출산 지원을 강화한 프랑스, 남성 육아 참여를 북돋아 출산율을 높인 독일 등은 저출산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좋은 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선 국가가 '낳으라, 말라' 하지 않는다.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뿐"이라며 "한국 맞벌이 엄마들은 어린이집이나 학교 휴업 때문에 한두 번 고생하고 나면 둘째 낳기를 포기해버린다"고 지적한다. 부모와 아이 위주의 정책인 서구와 달리 한국은 여전히 정부나 학교 등 공급자 입장에서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것.
 
1993년 1.65 수준까지 떨어졌던 출산율을 2012년 2.01명으로 극적으로 반등시킨 프랑스는 임신에서 육아에 이르기까지 받을 수 있는 수당이 서른 가지나 된다. GDP의 3.7%를 가족 정책에 쓰고, 아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부모 소득과 무관하게 최소한의 교육, 생활 수준을 누리게 해준다. 

스웨덴은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해 남성의 가사분담비율이 매우 높다. 스웨덴은 1999년 출산율이 1.52명으로 급감한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2014년엔 1.91명으로 올라섰다. 

정부는 그 동안 2006년~2017년까지 12년 간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 계획을 통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130조 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했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직접 저출산과 상관 있는 일에 쓴 '진짜 저출산 예산'은 절반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이장 자녀 장학금', '청년 센터' 등을 모두 포함해 저출산 예산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예산 126조 4720억 원 가운데 직접 관련이 없는 예산을 제외하면 63조 1241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야마다 교수는 "정부가 교육비 등 자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같은 맥락에서 집값 해결과 직업 간 연봉 격차, 고용 안정성 격차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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