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을 '스몸비족'이라고 한다.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이다. 특히 요즘 유튜브 등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보는 게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초딩 스몸비’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스몸비족이 사고를 당할 확률은 일반인보다 70%나 높다.
 
 ▲스몸비 안전사고가 10대와 20대에서 급증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어린이 5명 중 1명 '스몸비 키즈'…사고위험 급증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지난 5월 서울 초등학생 5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 5명 중 1명은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스몸비 키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고는 지난해만 177건으로, 2015년의 약 1.5배 수준으로 늘었다. 2014년 서울 초등학생 34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스마트폰을 2시간 이상 쓰는 초등학생의 교통사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초등학생보다 5.8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어린이 스몸비의 경우 어른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12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아직 뇌가 다 발달하지 않아 스마트폰에 집중할 경우 다른 외부 자극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동안 주변의 다른 보행자, 차량 등을 인지하는 게 어른보다 늦을 수밖에 없다. 

미국 비영리재단 ‘세이프키드월드와이드’가 2014년 19세 이하 어린이 및 청소년의 보행 중 사망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사망 사고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과 관련된 집중력 분산 때문으로 밝혀졌다.

원영아 녹색어머니중앙회 회장은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을 볼 때는 이어폰을 끼지 않았는데도 부르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할 만큼 스마트폰 게임이나 동영상에 집중한다”며 “교통 지도를 하다보면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묻다시피 하다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아찔한 상황이 수시로 벌어진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스마트폰 이용자를 위해 발밑 LED 신호등을 설치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지금 세계는 ‘스몸비’와 전쟁 중 
 
해외에서는 스마트폰에 정신을 집중한 채 걷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거나, 맨홀에 빠지는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이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스몸비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법률적 규제를 적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하와이 호놀룰루시에서는 작년부터 일명 ‘스몸비족’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법원에 출석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을 건너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강력한 규제를 마련한 것.

또 유럽에서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 위한 각종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도로 바닥에 멈춤 신호등을 설치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통신사는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를 감지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보급 중이다. 
 
올해 스마트폰 보급률이 90%를 넘어선 우리나라에도 스좀비와의 전쟁은 피할 수 없다. 이에 서울시와 경찰청은 강남역과 연세대 앞 등 5개 지역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위험을 알리는 교통안전표지와 보도부착물을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박수정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난 추세에 맞는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며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는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에 따른 위험을 줄이도록 경고 표지판, 스마트폰 차단 앱 등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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