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코 후미코 여사와 박열 의사 ⓒ박열의사기념관 제공, 연합뉴스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조카 안맥결 여사와 박열 의사의 일본인 아내 가네코 후미코 여사 등 총 128명의 애국지사에게 훈장이 수여된다.
 
국가보훈처는 오는 17일 제79회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총 128명의 독립유공자에게 건국훈장과 건국포장, 대통령표창을 추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에 포상되는 독립유공자는 건국훈장 28명, 건국포장 17명, 대통령표창 83명 등으로 포상자 가운데 생존자는 없다.
 
특히 이번에는 안맥결, 가네코 여사 외에도 독립운동가 차이석 선생의 아내 홍매영 선생, 전라도 지역에서 애국계몽운동과 민족운동을 선도한 기전여학교 4명의 여학생 등 여성 32명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안맥결 여사 ⓒ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건국포장이 추서되는 안맥결 여사는 1919년 10월 평양 숭의여학교 재학 중 만세시위에 참여하다 체포됐고, 1937년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만삭의 몸으로 일본군의 고문을 견뎠지만 독립유공자 조건인 '옥고 3개월'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과거 서훈 심사에서 탈락했다가 13년 만에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게 됐다.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되는 가네코 여사는 옥사한 지 92년 만에 독립유공자로 서훈된다. 일본인 여성 혁명가이자 박열 의사의 부인인 가네코 여사는 식민지 한국인의 처지에 공감해 박문자(朴文子)란 필명으로 활동하면서 박열 의사와 함께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에 저항했다. 
 
가네코 여사는 일왕 부자를 폭살하고자 박 의사를 도와 폭탄을 반입하다가 체포됐다. 이후 사형 판결을 받은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옥살이 중 지난 1926년 7월 숨졌다. 가네코 여사의 행적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박열>을 통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일본인이 우리나라의 건국훈장을 받는 것은 가네코 여사가 두 번째다. 앞서 2004년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일본의 조선인 토지 강탈에 대항해 한국인을 변호하고 박열 의사의 변론도 맡았던 후세 다쓰지 인권변호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이 수여된 바 있다.
 
 ▲홍매영 여사와 차이석 선생 결혼사진 ⓒ국가보훈처 제공, 연합뉴스
  
한국독립당 당원으로 광복군 활동을 지원한 홍매영 여사에게는 건국포장이 추서된다. 홍 여사의 남편은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과 중앙감찰위원장 등을 지낸 차이석 선생이다.
 
어린 나이에 3·1 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옥고를 치른 전북 전주 기전여학교 학생 최애경, 최금수, 김순실, 정복수 선생에게도 대통령표창이 추서된다. 이들은 1919년 3월 13일 만세운동에 참가해 남문 밖 시장 부근에서 수백 명의 시위군중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만세를 외치다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항일 격문을 배포하고 중국 남경 군관학교에 보낼 훈련생을 모집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른 박문희 선생과 3·1 운동으로 체포돼 옥고를 치르고 순국한 김학준 선생에게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다.
 
1918년 10월 제주도 좌면 하원리 등지에서 법정사 승려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법정사 무장 항일시위에 농민 신분으로 참여한 김인송, 김항률, 오인식, 이봉규 선생에게는 대통령표창이 추서된다. 이들은 항일시위에 참여했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총 1만 5,180명(여성 357명)이다. 이중 건국훈장 1만 940명, 건국포장 1,270명, 대통령표창 2,970명이다.
 
지금까지 포상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2%에 불과했다. 하지만 보훈처가 숨겨진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을 위해 노력하면서 이번 순국선열의 날 포상자 중 여성 비율은 25%로 크게 늘었다.
 
보훈처는 "앞으로도 독립기념관을 비롯한 국사편찬위원회, 국가기록원, 지방자치단체, 문화원 등 관련 기관과의 사료수집 협업 강화를 통해 국내외 소장 자료를 지속해서 수집해 알려지지 않은 여성과 무명 의병 등 독립유공자 발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상은 오는 17일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후손들에게 수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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