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 노사가 막판 협상에도 불구하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19년 만에 총파업이 이뤄졌다. 우려와 달리 큰 혼란은 없었지만 국민은행 노조를 향한 시선은 싸늘하다. 사상 최악의 실업난과 경기 불황 속에서 평균 연봉 9,100만원인 은행원들의 '배부른 파업'이라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KB국민은행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나서면서 파업 당일 전국 지점 곳곳은 부재중인 자리가 많았다.

19년 만의 총파업, 시민들 반응은 싸늘
 
지난 8일 벌어진 파업으로 국민은행 전 직원 1만 7,000여명 가운데 3분의 1이 자리를 비웠다. 전국 1058개 지점마다 입구에 '파업으로 업무 처리 시간이 지연되거나 일부 업무가 제한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었지만, 우려했던 혼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파업 여파가 크지 않았던 것은 대부분의 고객들이 직접 점포를 찾기 보다는 모바일 뱅킹과 ATM 등으로 은행 업무를 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민은행 전체 거래의 86%는 모바일·인터넷을 통해 이뤄졌다.
 
파업 당일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등 사무실 밀집지역에서도 대기 인원이 많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 황순옥 씨는 "파업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적금 가입이나 환전, 예금 인출 등이 모두 차질 없이 이뤄졌다"고 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총파업 사태로 오히려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 등 비대면 채널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시중 금융회사 고위 임원은 "직원 3분의 1이 안 나와도 지점이 멀쩡하게 문을 열고 큰 불편도 없었다는 건 디지털 시대에 은행이 마주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도 "고객 불편을 담보로 파업을 했는데도 아무런 충격을 주지 못해 KB노조 스스로 존재감이 없다는 걸 입증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은행은 이미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점포를 줄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국민은행 영업점이 1,000개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이번 파업이 창구 은행원 없이도 은행 업무에 지장이 없는 '디지털 금융시대'를 깨닫게 해주는 자충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국민들이 은행원 전체를 싸잡아서 비판하고 있다"며 "은행원이 없다고 해서 금융생활이 마비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말했다.
 
여론의 시선도 싸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소비자들의 이자로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고 월급을 받으면서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국민은행 예금을 전액 인출하겠다" "이 기회에 모바일, 인터넷을 확대해 무인은행을 만들자"는 등 파업에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하루 경고성으로 벌어진 이번 총파업은 마무리됐지만 국민은행 노조는 앞으로 네 차례 더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달 말까지 노사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2월 1일까지 3일 간 2차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설 연휴를 앞둔 기간이어서 고객들의 불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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