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다큐멘터리 영화 <아픈 만큼 사랑한다>가 4월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시한부 인생 속에서도 필리핀 의료 봉사에 30년을 헌신한 한국인 의사이자 선교사의 실제 이야기다. 진정한 사랑을 몸소 실천하다 이 세상을 떠난 故박누가 선교사의 삶을 영화를 통해 들여다 봤다.   
 
 ▲선교사로, 외과의사로 그리고 목회자로 밀알의 삶을 살다 간 故박누가 선교사

버스 한 대로 필리핀 오지 누비다
 
"내가 아프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겪는 아픔의 고통을 더 사랑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병을 짊어지고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故박누가 선교사는 자신의 아픔이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는 통로가 됐다고 고백했다.
 
평범한 의대생이었던 박 선교사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였다. 1989년부터 필리핀에서 의료 선교를 펼쳤다. 그는 1992년 췌장암 초기 단계에서 수술을 받은 뒤 위암 말기, 간경화, 당뇨판정을 받았다. 물부족 국가에서 물 대신 탄산음료를 주로 마신 것이 원인이 됐다. 2016년에는 위암까지 재발했다.
 
필리핀의 의료 현실을 목격한 그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네팔 등지를 돌며 질병으로 고통 받는 현지인들과 굶주린 아픈 이들을 찾아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웠다. 영화는 필리핀의 의료사역 이야기를 집중 조명했다.
 
그는 버스 한 대로 필리핀 50여 개의 오지마을을 찾아갔다. 열악한 의료상황에 질병이 있어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진료비가 없어 병원을 찾을 수 없는 현지인들의 상황을 고려해 자신이 직접 이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장거리 이동은 물론 장시간 치료와 수술을 이어간 뒤 밀려오는 피로보다 그를 더 힘들게 한 것은 낙후된 의료상황으로 고통받는 현지인들의 삶이었다. 소외되고 아픈 이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박 선교사의 고백은 가짜가 아닌 '진짜'였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현지 의료진에게 두 번이나 다리 골절 수술을 받았으나 뼈 조각이 그대로 다리 안에 남아있어 절박한 심정으로 박 선교사를 찾아온 현지인에 관한 장면이 인상 깊다. 특히 박 선교사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 놓인 현지인들의 고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스스로 달래는 장면은 마음 한 켠을 먹먹하게 한다. 
 
박 선교사는 심각해지는 병 증세에 한국을 찾아 열 번이 넘는 대수술을 받으며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었다. 결국 그는 지난해 8월 별세했다.
 
아픈만큼 사랑한 故박누가 선교사, 그가 남긴 것
 
박 선교사의 삶은 한 마디로 '밀알'의 삶이었다. 한 알의 밀알처럼 살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처럼 그는 밀알이 되어 병들고 가난한 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삶을 바쳤다.
 
그는 이 세상을 떠났지만 몇 십년간 필리핀에 쏟아 부은 그의 헌신과 사랑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의 뜻을 이어받은 사람들이 박 선교사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세워진 교회와 병원을 이어가며 현지인들에게 진료와 사랑을 전하고 있다.
 
특히 영화 끝자락에서 필리핀 현지인들이 박누가 선교사를 회상하며 인터뷰한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 감동이다. 박 선교사의 헌신이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심어주었음을 강력히 느끼게 한다. 박 누가 선교사의 직접적인 신앙고백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의 실천과 그의 사랑에 감동받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예수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픈 만큼 사랑한다>는 기독교 영화다. 하지만 각박한 사회 속 현대인들이 분주함과 각박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종교를 불문하고 볼 가치가 충분하다. 
 
연출을 맡은 임준현 감독은 "좋은 집이나 차, 직업 등 풍족한 물질이 진정한 삶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당장 앞에 있는 것들만 신경 쓰며 살아간다"며 "작품 속 박누가 선교사의 삶을 통해 '내가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 영화가 탄생하기 앞서 2012년과 2016년 KBS<인간극장>을 통해 故박누가 선교사의 삶이 소개된 바 있다. 당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할 만큼 그의 이야기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박누가 선교사가 보여준 사랑이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게 두렵다'는 주변인의 말에 임 감독은 2018년 8월 박누가 선교사의 별세 이후 필리핀을 다시 방문해 이번 영화를 완성했다. 배우 추상미의 내레이션과 온누리워십콰이어의 OST 참여가 감동을 더한다.
 
박 선교사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그가 보여준 사랑과 헌신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 <아픈 만큼 사랑한다>. 종교를 넘어 전 세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故박누가 선교사는 버스 한 대로 필리핀 50여 개의 오지마을을 찾아다니며 현지인들의 병을 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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