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곳 없는 노숙인, 인문학으로 치유받다

박혜정 (hyejungpark@goodtv.co.kr)

등록일:2019-04-05 18: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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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는 특별한 학교가 있다. 바로 성프란시스대학이다. 이곳에서 노숙인들은 인문학 강좌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로 복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노숙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찾아주고 있는 성프란시스대학은 어떤 곳인지 현장을 직접 찾았다.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 '문화공간 길'에서 진행되는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교육 현장을 찾아 안상협 학무국장을 통해 학교 이야기를 들어봤다.ⓒ데일리굿뉴스

삶이 무너진 이를 위해 세워진 학교
 
지난 3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노숙인 자활공간 ‘문화공간 길’에 들어서니 삼삼오오 테이블에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노숙인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서로 형님, 누님, 동생이라 부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다름아닌 성프란시스대학 15기 학생들이 오후 7시부터 시작하는 인문학 강의에 앞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던 풍경이다.
 
이들은 약 1달 전 입학한 새내기 신입생이다. 총 26명이 3월부터 6월까지 1학기, 9월부터 12월까지 2학기 과정을 밟는다. 1년 동안 일주일에 3회 2시간 씩 철학, 한국사, 예술사, 문학, 글쓰기 등 총 5개 과목을 배운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이곳에 입학한 이들은 지식이 채워지는 것 이상으로 마음의 위안을 받고 있다.
 
지인의 소개를 받고 입학했다는 김 모씨(37)는 “인문학 공부를 통해 나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고, 무엇보다 여러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성격이 많이 밝아졌다”며 “모두가 친구, 형, 동생 같다”고 말했다.
 
보증을 잘 못 서게 되면서 거리로 앉게 됐다는 김 씨는 잠잘 곳 조차 마땅치 않았다. 일하던 제조회사에서 퇴직한 것은 물론 가족들과 인연이 끊긴지도 오래다. 현재는 노숙인의 자활과 자립을 돕는 서울시 다시서기종합센터를 통해 지역 내 복지관에서 일하며 잠자리 제공을 받고 간간이 고시원 생활도 병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숙인으로 전락할 경우 인간관계와 사회성이 결여된 채 거리를 헤맨다. 이러한 노숙인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자립을 돕기 위해 시작된 것이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수업이다. 이곳에서는 노숙인들을 존중하는 뜻에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성프란시스대학 실무 책임자인 안상협 학무국장은 “무료급식, 취업, 주거지원 등 현재 노숙인 복지서비스만으로 선생님(노숙인)들의 고충을 다 채우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끊어진 인간관계 개선”이라며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노숙에까지 이른 것이다. 때문에 이들 대부분 자존감이 낮고 가슴이 무너져 있다. 이를 회복하고 사회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대학의 취지”라고 밝혔다.
 
대학 시작은 미국 얼 쇼리스 교수의 클레멘트 과정이 바탕이 됐다. 얼 쇼리스 교수는 1995년부터 노숙인이나 마약중독자, 죄수 등을 대상으로 윤리철학과 예술, 역사, 논리학을 강의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절반 이상 가량의 사람들이 사회로 복귀하게 됐다.
 
인문학 수업중 ‘글쓰기’가 노숙인들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다고 안 국장은 전했다. 그는 “특히 ‘글쓰기’가 선생님들의 자신감 회복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자신의 힘든 시절과 앞으로의 계획을 기대하면서 글을 쓰고 발표하는 시간이다. 선생님들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함께 토론함으로써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성프란시스대학 13기 수료생 홍진호씨 이야기를 안 학무국장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안 국장은 “홍진호 선생님은 음주로 인해 가정과 직장을 등졌고 200원이 없어 밥을 먹지 못했던 분이었다”며 “그는 다시서기센터와 대학 인문학 과정을 통해 현재는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일자리에 취업했다. 고정적인 수입을 받으며 신용도 회복하고, 가족과 다시 결합했다. 쪽방고시원 생활을 벗어나 거주지도 마련했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로 15년째 인문학 강좌를 이어온 성프란시스대학은 2005년 대한민국 최초로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과정을 개설했다. 이달까지 노숙인 337명이 공부했다. 코닝정밀소재와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1일 성프란시스대학 총장에 김성수 성공회 주교, 학장에 허용구 신부가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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