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아이돌보미 아동학대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김 모 씨(58)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아이돌보미였다는 사실에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유아 및 아동학대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천구 아이돌보미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서 아이돌봄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사진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열린 아이 돌보미 개선안 마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격 검증, 최소한의 절차도 이뤄지지 않아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서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아닌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나요. 정부 지원금은 이런저런 사유로 제외하고, 그렇다고 둘 중 하나가 일을 그만둘 수도 없으며, 어린이집이든 아이돌봄서비스든 믿고 맡길 수 없는 열악한 환경 탓에 아이를 갖지 못하는 제도적 불임 부부들이 제 주변만 해도 너무너무 많습니다."
 
'금천구 아이돌보미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 부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글 내용 중 일부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 등에 아이돌보미가 직접 방문해 아이를 돌봐주는 정부 지원 사업이다. 여성 일자리 창출 등의 일환으로 2006년 시범운영을 시작해 2012년 아이돌봄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여성가족부가 홈페이지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아이돌봄 서비스는 △2014년 5만 4,362가구 △2015년 5만 7,687가구 △2016년 6만 1,221가구 △2017년 6만 3,546가구 △2018년 6만 4,591가구 등 이용 가구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아이돌보미도 △2014년 1만 7,208명 △2015년 1만 7,553명 △2016년 1만 9,377명 △2017년 2만 878명 △2018년 2만 3,675명 등 해마다 늘어났다. 그러나 몸집은 커졌지만, 정작 중요한 관리는 허점투성이였다.
 
아이돌보미 심사와 교육 등 채용 관련 문제는 가장 먼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간단한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친 후 양성교육(이론교육 80시간, 실습교육 10시간)을 이수하면 아이돌보미로 채용된다. 문제는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지에 대한 주요한 요건 중 하나인 인·적성 등 최소한의 자격 검증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운영을 외부업체가 맡다보니 양성교육이나 관리도 허점투성이다. 실제로 교육 중 자리를 비우거나 결석이나 조퇴 등이 잦아도 수료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대 예방 교육 등은 총 90시간 교육 과정 중 2시간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교육 책자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양성교육이 아이돌보미 활동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개된 교육 책자에는 청소나 세탁, 설거지 등의 방법이 절반 이상 채워져 있었다.
 
근본적인 개선부터 시작돼야

이번 사건을 통해 정부가 수천억 원 예산을 쏟은 아이돌봄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아이돌봄 사업 개선을 강구하기로 했다. 먼저 여성가족부는 '아이돌봄 아동학대 실태점검 특별신고' 창구를 오는 6월 30일까지 운영한다. 특별 신고 창구로 접수된 내용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처리된다. 특별신고 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아이돌봄 서비스 불편사항 접수창구로 전환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또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보미를 비롯해 신규 인력 채용 시 인·적성 검사를 실시한다. 정부 지원 교육을 강화하고 양성·보수교육의 표준 교재를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특히 아동학대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도입해 부적격한 아이돌보미의 활동·자격정지 및 자격 취소 기준 등을 강화하기 위한 법령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달 안에 모든 아이돌봄 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긴급사례를 공유하고 특별 긴급조치를 취하고자 한다"면서 "채용이나 교육, 관리, 자격, 제재 전반에 걸친 종합 대책을 이달 안에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돌봄 서비스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부나 가정 모두 아이돌보미를 노동자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먼저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양질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아이돌보미에 대한 교육을 1년 등으로 대폭 늘리고 그에 상응하는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과연 (대중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고 동의를 얻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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