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타고난 피부색을 사랑해'. 가나 여배우 아마 아베브레세가 주도한 캠페인 표어다. 현재 아프리카 주요 국가에서 미백 화장품이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위험 성분이 들어간 미백 크림으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이 잇따르면서 일부 국가에선 관련 화장품의 판매 금지령을 내리고 자기의 피부색을 사랑하자는 캠페인까지 벌였다. 하지만 범국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흰 피부에 대한 갈망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에서는 '미백 크림' 금지령이 내려졌다. 사진은 '나는 타고난 피부색을 사랑해' 캠페인 포스터 ⓒ캠페인 페이스북 캡처
  
'미백 크림' 금지보다 '사회적 인식' 변화 우선


동서양을 막론하고 흰 피부는 미(美)의 기준으로 꼽힌다. 흰 피부를 향한 갈망은 검은 대륙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에서는 피부를 밝게 해주는 미백 화장품이 인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여성 40%가 미백 화장품을 사용한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여성 77%가 미백 화장품을 쓰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아프리카 주요 국가들이 잇따라 미백 크림 금지령을 내리고 있다. 하이드로퀴논 등 위험 성분이 들어간 미백 크림이 성행하면서 부작용이 증가하자 국가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최근 나이지리아에서는 이들 제품을 사용한 2세 미만 아이들이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사례가 급증했다.
 
문제가 된 하이드로퀴논은 멜라닌 생성을 차단하는 유기화합물로 미백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피부염이나 변색, 실명, 발암 가능성 등 부작용이 심각해 우리나라와 유럽에서는 일반화장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성분이다.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 EWG에서도 위험성이 제일 높은 9등급을 받았다.
 
미백 화장품에 따른 부작용이 건강까지 위협하면서 르완다, 코트디부아르 등의 국가에서는 하이드로퀴논이 들어간 화장품을 몰수하고 판매를 금지했다. 또한 몇몇 국가는 자신의 피부색을 사랑하자는 '나는 타고난 피부색을 사랑해'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오히려 불법 미백 화장품이 암암리에 성행하면서 동아프리카 국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남수단, 르완다, 브룬디,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등 6개국으로 구성된 동아프리카입법의회(EALA)는 최근 하이드로퀴논이 들어간 미백 화장품의 제조·수입·판매를 금지하기로 결의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아프리카의 그릇된 인식이 뿌리 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미와 성공을 바라보는 관점이 오랜 식민지배를 받으면서 서구 중심적으로 형성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사역 중인 장수정 선교사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오랜 식민 지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에 대한 기억과 인식이 나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 백인에 대해 우월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장 선교사는 "그래서인지 피부가 밝을수록 더 좋고 가치 있고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반면 피부가 더 까만 친구들은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며 "특히 여자의 경우 밝은 피부를 가지고 있으면 결혼할 때 신랑이 지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밝은 피부는 아프리카에서 미와 성공을 의미하는 상징이 됐다. 그러나 미와 성공의 가치는 피부색이 아니다. 그릇된 인식과 삐뚤어진 관점이 바뀌지 않은 한, 스스로를 망치는 어리석은 행동은 단순히 미백 화장품에서 그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아프리카뿐 아니라 잘못된 기준 안에 갇혀있는 수많은 사람에게 울리는 경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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